조리기구부터 테이블 웨어까지 리빙 용품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신세계백화점 <그랜드 키친 & 다이닝 페어>. ‘건강한 살림살이’라는 테마로 펼쳐지는 이번 리빙 페어 중 특별히 강남점에서는 한국 전통의 미와 기술을 살린 ‘코리안 크래프트’ 전이 열리고 있는데요. 전국 곳곳의 명인들이 만든 섬세하고 기품이 느껴지는 공예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옛 것에 가깝던 나전칠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나전칠기 아티스트, 김영준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었는데요. 오늘날 나전칠기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김영준 작가를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 나전 아티스트 김영준
나전칠기는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공예기법입니다. 보통 ‘나전칠기 장인’하면 무명으로 된 개량한복을 입은 할아버지를 떠올리죠. 하지만 김영준 작가는 한복보다는 피케 셔츠와 청바지를 좋아하고, 취미로 테니스를 즐긴다고 해요. “나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창조하는 사람이지,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은 아니에요.” ‘장인’이라는 명칭보다도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것을 선호하는 김영준 작가. 그의 작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프랑스 파리 전시 때 방문한 빌 게이츠가 나전칠기의 가치를 알아보고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하기도 했고,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사 접전 의자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김영준 작가의 작업 과정을 살짝 살펴볼까요?
# 전복껍데기로 만드는 아름다움
조개나 전복의 껍데기를 얇게 갈아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붙여 넣는 공예품을 나전칠기라고 하는데요. 할머니 댁에 가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개장롱도 나전칠기의 기법으로 만든 것이랍니다. 볼수록 빠져드는 오묘한 아름다움을 가진 나전칠기.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자개는 나전 공예의 주 재료인 조개껍데기를 가공해서 만든 것이에요. 김영준 작가는 주로 천연 전복, 소라, 진주 껍데기를 골라서 사용한다고 해요. “전복 껍데기를 보면 빛깔이 아주 예쁘거든요. 이 빛이 어느 부분에 쓰일지 판단을 해야 돼요”.
전복에서 추출한 자개는 얇게 썰어서 여러 가지 형태로 오려 주면 되는데요. 김영준 작가는 전통 문양대로 잘라서 붙이는 기존 방식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해요. 다른 빛깔의 자개를 이어 붙여 바둑판무늬를 표현하거나, 자개의 컬러를 이용해서 회화를 그려내듯 표현하는 식이죠.
그의 작품들을 보면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이나 기술이 돋보이는데요. 특히 자개를 모자이크처럼 끊어서 붙이는 방식은 전통 나전칠기에서 볼 수 없었던 기술이에요. 작게 조각 낸 자개를 올려 촘촘하게 붙인 자개함은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어도 전혀 다른 빛깔과 매력이 있답니다. “자개함이라는 게 다 똑같이 생긴 것 같지만 다 달라요. 자개 조각이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어요.” 김영준 작가가 고안해낸 이 기법은 오랜 시간과 공이 들기 때문에 한 번 작업할 때 한 작품 밖에 못 만든다고 해요.
김영준 작가의 대표 작인 ‘달 항아리’는 제작 기간만 4년 6개월이 걸렸다고 해요. 도자기 표면에 무늬를 파고 그 속에 자개를 채워 넣는 상감 기법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죠. 각도에 따라, 빛의 방향에 따라 광채가 은은하게 드러난답니다. 작가는 달 항아리를 완성하기까지 많은 실패를 겪었는데요. 항아리 위에 자개를 올리고 끊어내는 작업이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작업 도중에 깨진 것도 있어서 더 기억에 남고 소중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나전칠기는 하나의 공예품을 완성하기까지 20여 단계의 작업 공정을 짧게는 8개월에서 1년 동안 반복해야 해요. 수 백 번, 수 천 번 갈고 닦아야 제 빛을 드러내는 김영준 작가의 자개함에서는 나전 명장의 생명력이, 전통의 멋과 품위가 그대로 느껴지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열리는 <그랜드 키친 &다이닝 페어-코리안 크래프트>에서는 나전 아티스트 김영준 작가 외에도 전국 팔도 곳곳에서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명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의자, 테이블, 소품장 같은 가구부터 놋수저, 그릇, 주전자 같은 주방 생활용품까지.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을 거친 작품들을 만나보세요!
신세계 강남점
Kitchen & Dining Fair • 6/13까지
EDITOR OH HAN BYUL
DESIGNER KIM SE H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