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앞서가는 패션이란 과연 누구를 위한 스타일일까요? 화려한 무대 위의 스타가 아니라면 염두조차 낼 수 없는 하이 패션의 다소 난해한 제안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여기,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과 혜안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이끌었던 3인을 모티프로 2017 S/S 컬렉션의 흥미로운 흐름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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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ENTINO
중세와 히피 드레스로 유명한 영국 디자이너 잔드라 로즈의 아카이브에서 꺼내온 패턴과 플라워 아플리케, 번 아웃 등 모든 극적인 요소를 한 데 버무려놓은 발렌티노의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중세 시대의 여인들이 다시 살아 돌아온듯한 컬렉션으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어요. 이렇듯 아름다움이란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들의 영원한 로망이었습니다. -
ERDEM
찰스 1세 황후의 시녀들이 입었던 옷에서 영감을 얻은 에르뎀의 컬렉션은 지천에 핀 야생 꽃을 옮겨 놓은듯한 정교한 프린트와 그 시대의 복식을 연상케 하는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만약 현대에도 이런 옷을 입을 수 있다면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오스카 와일드의 극찬을 받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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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 DES GARCONS
패션과 예술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는 꼼 데 가르송의 컬렉션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없는 것 같죠? 거대한 이불을 뒤집어쓴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걸어 다니는 구조물을 통해 레이 가와쿠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이 베일에 쌓인 디자이너는 모든 해석과 평가마저 보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놓았는지도 모르겠네요. -
CELINE
예술 애호가인 자신의 취향을 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바로 전위적인 아티스트였던 이브 클라인의 행위 예술의 과정을 프린트로 재현한 것인데요. 기발한 발상을 뛰어넘은 피비의 미학이 다시금 여성들의 워너비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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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NE
아크네 컬렉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요한슨은 고유의 실용적인 디자인을 포기하고 정치적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난민 국가들의 풍부한 텍스타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그는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이나 카펫에서 잘라낸 것 같은 스웨터로 패션 산업에서 난민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줘 호평을 얻었습니다. -
LOEWE
조나단 앤더슨이라는 선장을 만난 후 순항을 지속하고 있는 로에베는 이번 시즌 역시 수공예적인 터치와 섬세함으로 여심을 사로잡았습니다. 각기 다른 소재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옷들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까닭은 각국의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일까요? 복잡한 패턴을 패치워크한 드레스에서도, 대비되는 디자인이 충돌에서도 원시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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