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콘텐츠 오아시스

온갖 디지털 매체의 홍수 속에서 사는 우리! 오프라인에서 해내기 어려운 표현 방식을 온라인에서는 무리 없이 구현해내죠. 글씨가 사라졌다 나타나고,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순식간에 팬츠 슈트 룩으로 변신하는 등 방법이 자유로운 덕분에 누구나 얼마든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유행은 역행하는 법! 디지털 매체가 성행할수록 아날로그의 가치가 빛나는 요즘입니다. 디지털이 채우지 못하는 메마름을 오프라인 콘텐츠가 적셔 주니까요. 대표적인 해결사는 바로 책! 손으로 한 장씩 넘기는 즐거움을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이 역시 온라인만큼이나 표현 방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답니다. 동시에 책을 만나는 공간도 특별해지고 있죠. 바로 서울 곳곳에 숨겨진 독립 서점들인데요, 공통점은 책을 향한 애정과 해당 분야를 공유하려는 진심이 엿보인다는 거예요. 한번 가고 두번 가고 자꾸만 가고 싶은 작은 공간과 그곳에서 찾은 보물 같은 책들을 소개할게요.

1_ 독립 서점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

시를 잘 모르더라도 위트 앤 시니컬에 가면 부담 없이 시와 가까워질 수 있어요. 첫 번째로 입구에 들어서면 햇살이 비치는 따스한 분위기에 마음이 평온해질 거예요. 그다음 솔직하게 써 붙인 한 줄 평에 끌리는 대로 시집을 뒤적이게 되죠. 그러다 문득 보이는 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시가 있었나 싶을 1천1백여 권의 시집이에요. 예쁜 소절을 읽다보면 미드와 SNS로 점철된 일상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이 아름다운 곳을 차린 이는 유희경 시인. 그가 기획하는 낭독회가 열리는 날이면 이곳은 문학을 아끼는 사람들의 사랑방이 됩니다. 사진은 크고 넓은 테이블이 반겨주는 합정점이고요, 위트 앤 시니컬을 세상에 알린 신촌점에서는 1천5백여 권의 시집을 만날 수 있어요.

그림책 서점, 베로니카 이펙트

베로니카 이펙트는 마치 색색의 물감을 짜놓은 팔레트 같아요. 선명하고 또렷한 그림책과 포스터 그리고 주인장이 직접 그린 삽화가 새하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죠. 이곳이 예쁜 이유는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짝이는 미래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서일 겁니다. 언젠가 자신만의 그림책을 출간할 거라 말하며 아끼는 책들을 잔뜩 소개하던 순수한 마음이 깃든 곳! 베로니카 이펙트에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월간 <그래픽 노블>부터 한 아이의 악몽을 그린 블렉스 볼렉스의 그림책 그리고 스누피를 탄생시킨 찰스 슐츠의 <피너츠> 시리즈까지! 클래식과 빈티지 만화와 그림에 대한 판타지를 품고 있다면 이곳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음악 서점, 초원서점

초원서점 취재 후 작은 계획을 세웠습니다. 햇빛 내리쬐는 5월 말, 평일 하루 휴가를 내고 서점 앞 낡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겁니다. 가디언 편집국장이 쓴 <다시, 피아노>를 추천 받았는데, 쇼팽을 완주하려는 그의 고군분투를 느낄 작정이에요. 꾸벅꾸벅 졸다가 김현식 시집을 아끼는 주인 언니와 수다도 떨고, 매일 놀러 오는 앞집 강아지 해피랑 술래잡기도 하는 거죠. 초원서점이 좋은 이유는 음악을 사랑하는 진실된 마음이 묻어나는데, 접근 방법이 너무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고 순수하게 즐긴다는 점입니다. 내 이야기를 곡으로 완성하는 작사 수업과 깊이 있는 영문 서적을 읽기 위한 번역 수업 등 다채로운 콘텐츠의 구성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우리 소설 서점, 책방 서로

시대적 배경 탓인지 오랫동안 우리 소설은 지나치게 진지하고 고리타분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옛말! 우리 소설만큼 한글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문학이 있을까요?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문장과 감성으로 채운 소설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어요. 실로 작년 우리 소설의 매출은 재작년 대비 40% 이상 올랐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국내 젊은 작가의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책방 서로를 기억해 주세요. 손원평, 최은영 등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여성 작가의 책을 즐겨 읽는 주인장의 취향을 중심으로, 사회적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날 선 소설과 개성 강한 독립 출판물을 만날 수 있어요.

2_ 책방에서 찾은 보물






EDITOR SONG YI SEUL
PHOTOGRAPHER RYU HYUN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