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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제주 여행 두 번째 이야기 #쉿 #한량체험

쳇바퀴 구르듯 쉼 없이 돌아가는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떠난 제주! 2박3일 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일상보다 여유롭고 느리게 흘러갑니다. 빡빡한 스케줄로 채운 ‘여행을 위한 여행’ 말고, 앞만 보고 달려온 나를 위한 선물 같은 휴식을 취해보세요. 설렘으로 시작한 첫 번째 제주 여행기에 이어, 제대로 힐링하는 둘째 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사찰음식으로 건강하게 한끼 해결한 우리, 일일 수업을 듣기 위해 서쪽 바다 근처 한적한 동네를 찾았습니다. '겁먹지마, 그다지 멀지 않아'. 이름부터 독특한 이 곳은 두 아티스트의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작업실인데요. 직접 제작한 오브제와 물건들을 판매하고, 수업이 진행되기도 한답니다. 우리의 미션은 이곳에서 모빌과 마그넷 만들기! 주 재료는 바닷가에서 직접 골라온 유리조각과 나뭇가지인데요, 오랜 시간 동안 파도에 휩쓸려 맨들맨들해진 상태라 DIY 소재로 제격이었어요. 마그넷은 제각기 다른 수백 개의 유리 조각 중 원하는 것을 고르고, 아크릴 물감으로 내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면 완성되는 초스피드 잇템이었어요.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모빌 만들기였는데요. 나뭇가지에 색색의 조개 껍질과 유리 조각을 엮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고정하면 끝. 과정이 쉽고 결과물이 기대보다 훌륭해서 성취감이 하늘을 찌를 듯했답니다. 자연의 산물이 가장 아름답다는 지론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지난 봄 문을 연 파릇파릇한 인공위성제주. 따스한 햇살에 둘러 쌓인 공간을 향기로운 차와 커피 그리고 책들이 함께 메우는 착한 공간입니다. 사실 인공위성은 ‘정말 좋아하는 일은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서울 구로역 소재의 동네서점이에요. 매월 특정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응답을 하는 의미의 책을 보내고, 심사를 통해 선정된 책을 재포장해서 판매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운영된답니다. 그래서 인공위성제주에는 질문만이 적힌 새하얀 패키지의 책을 판매하고 있어요. 구입하기 전에는 패키지를 열어 볼 수 없고, 해당 책의 제목은 물론 장르 조차 짐작할 수 없죠. 주로 정신 없던 지난날을 돌아 보게 하는 질문으로 복잡한 머리 속을 정리하도록 도와준답니다. “자신을 찾아 나선 여행을 떠난 적이 있나요?”라는 이번 달처럼 말이죠. 물론 다른 책들도 만날 수 있어요. 카페에서 질문을 던지며 책을 기부하면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내어준다고 하니 이보다 편안한 쉼터가 또 있을까요?

평화로운 오후를 보낸 후 한참을 달려 숙소에 도착합니다. 애월에 효리네민박이 있다면, 구좌엔 호연스테이가 있죠. 그만큼 트렌디하면서 편안함을 놓치지 않았다는 얘기! 요즘 제주에서 구좌읍 내륙과 바닷가 곳곳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호연스테이는 머무르기 아주 좋은 곳이죠. 투숙객 모두가 별채를 사용해, 프라이빗한 여행을 선호한다면 더더욱 만족하실 거예요. 아침에는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햇살이 쏟아지고 밤에는 고즈넉한 무드를 만끽할 수 있어요.

서귀포에 머무르길 원한다면 중문관광단지에서 한발 떨어진 조용한 마을 속 제주느긋을 추천할게요. 일정을 마친 고단한 저녁, 체크인을 하고 현관을 열었는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와 피곤함이 눈 녹듯 사라졌답니다. 취사시설이 훌륭하고 욕실에는 넓은 욕조를 갖추고 있어서 가족 여행으로도 강추!

여행의 마지막 밤은 언제나 아쉽죠.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자 야밤에 숙소 문을 나섰습니다. 해가 지면 문을 열어, 늦은 시간까지 손님을 맞이하는 보물 같은 식당을 찾았거든요. 종달리 바닷가에 자리잡은 제주의 심야식당, 종달리엔이 바로 그곳입니다. 문을 열면 차가운 마음도 무장해제 시킬 따뜻한 미소를 짓는 사장님이 반겨주는 이곳에서는 간편한 일본식 메뉴를 즐길 수 있어요. 바삭한 튀김요리가 주 메뉴이고, 늦은 저녁식사를 찾는다면 딱새우크림카레를 권할게요. 껍질 벗기다가 지치고 만다는 그 딱새우를 크로켓으로 곱게 빚어 올려준답니다. 생각만해도 군침이 츄릅! 몇 안 되는 바 자리 구성이라 혼자 여행하는 분들이 가기에 딱 좋아요.

제주의 마지막 날 아침, 숙소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긴 후 재빠르게 체크아웃! 이유는? 구좌읍의 상징, 전복요리의 성지인 명진전복을 가기 위해서죠. 아침부터 웬 전복요리냐고요? 인기 폭발하는 맛집이니만큼 대기 시간이 어마무시하게 길어 일찍이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한답니다. 드디어 입성한 명진전복, 오늘의 주인공인 전복돌솥밥을 영접했습니다. 깨끗하게 손질된 전복이 안착한 솥밥의 자태란! 밥을 덜어내고, 솥에 물을 부은 후에 즐기는 누룽지는 완벽한 디저트죠. 껍질에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전복구이도 놓칠 수 없어요. 비릿한 맛 없이 전복 고유의 향을 만끽할 수 있는 호화로운 한상이었습니다.

에메랄드 빛 바다만큼이나 매혹적인 제주의 내륙! 화산섬답게 한반도 내에서 쉬이 접하기 어려운 독특한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내륙 송당리에서도 꼬불꼬불 길을 따라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비밀의 화원 같은 곳을 찾았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보태니컬 트렌드가 조화를 이룬 가드닝센터, 송당나무가 바로 그곳인데요. 1600여평에 이르는 드넓은 정원과 커다란 유리온실에서 온갖 식물이 평화롭게 자라나고 있어요. 서울에서 20년간 플로리스트로 일했던 대표님은 4년 전 제주에 내려왔고, 긴긴 준비 끝에 지난 겨울 송당나무를 열었답니다. 가드닝을 컨설팅하고, 가볍게 꽃과 식물을 구입할 수도 있고, 편안히 쉴 수 있는 카페이기도 한, 말 그대로 가드닝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한 곳이죠. 높은 천장이 매력적인 대형 온실은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답니다. 온실 옆 문으로는 정원이 바로 연결되어 있는데, 꿈을 꾸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어요. 지대가 높은 덕분인지 유난히 하늘과 가깝게 느껴졌던 송당나무는 꼭 다시 방문할 예정이에요.

제주 내륙의 또 다른 매력은 선흘방주할머니식당에서 즐기는 건강한 정찬!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산간 도로변에 조용히 자리하는 이곳은 제주 현지인들의 오랜 전통 맛집이랍니다. 직접 재배한 곰취를 비롯한 식재료로 만든 건강식을 경험할 수 있죠. 깊은 산 속에서 재배되는 곰취는 한라산 중턱에서 특히 잘 자라는 효자 상품이에요. 이날 우리의 선택은 묵비빔밥과 두부한접시 그리고 곰취만두. 주문 후 등장한 요리와 반찬의 정직한 비주얼에 반하고, 꾸밈 없는 맛에 또 한번 감동받았습니다. 특히 속이 꽉 찬 곰취만두는 한 입 베어 물면 곰취 특유의 짙은 향이 입 안에 퍼지는데 그 맛이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웠죠. 깨끗한 제주 바닷물로 응고시킨 해수두부와 데친 곰취와의 마리아주 역시 잊을 수 없어요. 남김 없이 해치우니 배가 터질 듯했지만 더부룩하지 않고 정신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답니다. 역시 밥이 보약!

어느덧 제주 여행도 막바지. 한적한 구좌읍을 뒤로한 채 공항으로 발길을 옮겨야 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낸다면 섭섭하죠!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기 좋은 제주시 동네 카페를 소개할게요. 제주공항에서 차로 약 15분, 제주 로컬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도동에 위치한 카페 그러므로입니다.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 없이 입소문으로 손님을 유혹하는 정직함이 제주와 꼭 닮은 모습이에요. 그러므로의 대표 메뉴는 메리하하. 이름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커피잔에 부담스럽지 않은 단맛의 시원한 라떼가 담겨 나오죠. 조금씩 마시기 보다는 몇 모금씩 꼴깍 꼴깍 마시는 것이 메리하하를 즐기는 방법입니다. 여름에는 수박주스인 ‘할수밖에’와 자두주스 ‘자두리’도 만날 수 있어요. 주재료인 과일 외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착한 음료랍니다. 사랑방 같은 조그마한 공간에 바리스타와 손님이 옹기종기 모여 보내는 오후라니, 제주공항으로 가는 게 이토록 먼 길인가 싶습니다.

무거운 발을 이끌고 도착한 제주공항. 휴가를 위해 이제 막 도착한 사람들, 꿈 같았던 휴식을 마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모여 붐볐습니다. 홀로 아무 생각 없이 바다만 바라보다가도, 느릿느릿 산길을 걸으며 지난 날을 돌아보기도 하고, 후각을 자극하는 요리 앞에선 이성을 잃고 사뭇 진지하게 먹방을 찍었던 2박3일 간의 짧은 여행기를 마칩니다. ‘욜로’가 별건가요? 타인이 아닌 나의 의지와 행동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짜 욜로이자 휘게라이프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만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세요!






EDITOR & PHOTOS SONG YI SEUL
DESIGNER KIM DA 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