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산으로 바다로 떠나기 좋은 계절이지만, 미술관을 찾기에도 적합한 때입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하며 감성을 충전하고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죠. 이번 여름에는 미술관 휴가 어떠세요? 올여름에 열리는 여러 전시 중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다섯 가지.
색, 그리고 공간의 이야기_Color Your Life
디터 람스, 폴 스미스 등 저명한 디자이너들의 개인전을 열었던 대림미술관이 이번에는 컬러와 동시대의 대표 디자이너들에 관한 전시를 열었습니다.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색’이라는 요소가 유리, 금속, 가죽 등 각기 다른 텍스처를 가진 물질적인 재료와 디자이너의 시선과 결합해 공간으로 확장되는 일련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감각과 그들이 선보이는 기발하고도 아름다운 오브제를 눈에 한가득 담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가벼운 선 안에 담긴 진중한 시선_장 자크 상뻬, 파리에서 뉴욕까지
<꼬마 니콜라>와 <얼굴 빨개지는 아이>의 삽화로 대중에게 친숙한 프랑스 아티스트, 상뻬의 그림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꿈을 위해 고향 보르도를 떠나 파리에 온 그가 그린 파리의 풍경과 통렬하면서도 상뻬 특유의 유머 감각이 녹아든 스케치와 30년 동안 수차례 그려온 매거진의 표지까지. 그간 ‘니콜라’의 아버지로 대표되던 상뻬의 폭넓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삽화’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상페의 공간 구성 감각 역시 느낄 수 있는 일러스트도 함께합니다.
내가 잠시 너의 곁에 살았다는 것을_실연에 관한 박물관
2006년, 크로아티아의 한 컨테이너에서는 실연과 이별을 겪은 이들이 익명으로 기증한 물품과 그들의 사연이 덧붙여진 독특한 전시가 열렸습니다. 세상에 잠시나마 존재했던 모든 인연에게 바치는 공간으로 시작된 이 ‘실연 박물관’은 10년 동안 파리와 런던, 베를린 등 전 세계 35개국을 돌았고 올해에는 우리의 제주도의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Ⅱ에 상륙했습니다. 아라리오 뮤지엄은 이 전시를 위해 지난 2월 14일부터 한 달간 연인과 친구, 가족 등 인간관계부터 지역, 고향, 계층 등 광의적인 범주에서 ‘깨어진 관계’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오브제와 사연을 기증받아 전시를 구성했습니다.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법한 마음의 상처를 타인에게 드러내고 공유하며 기증자와 관람자 모두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세계갤러리 광주점에서는 사진가 구본창의 개인전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의 <DF>시리즈를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죠. <DF>는 화려하게 만개한 모습이 아닌, 가녀린 자태를 지닌 꽃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고요한 느낌으로 담아냈습니다. 2002년 피바디엑세스 박물관에서 발표해 호평을 받은 <화이트 White> 시리즈도 이번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창백한 벽 위를 지나가는 가느다란 담쟁이 덩굴의 모습은 변화하는 계절과 함께 스러지는 생명의 순간을 담아낸 듯합니다. 영원한 고요 속으로 들어가는 생명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삶의 의미와 존재에 대한 물음을 계속해서 던집니다.
현실과 비현실의 교차와 경계_The Animation Show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주로 전시를 갖는 작가와 상업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이까지, 활동하는 필드는 조금씩 상이하나 ‘애니메이션’이라는 공통의 장르를 사용하는 8명의 애니메이터들이 뭉쳤습니다. <The Animation Show>는 좀 더 자유롭고 기발한 표현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삶을 더욱 리얼하게 반영하고 드러내는 ‘애니메이션’이란 장르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입니다. 8인의 애니메이터가 바라보고 표현한 우리 일상의 또 다른 얼굴을 감상해 보세요.
EDITOR KANG HYE EUN
PHOTOGRAPHER RYU HYUN YEOL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