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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예술은 일상이다” 윤동천 작가의 <병치(竝置)-그늘> 전 작가와의 대화



신세계백화점 본점 12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싯구가 성큼 다가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라는 시와 함께 각각 가격표가 붙어있는 박스와 폐신문지, 빈병 상자 등이 놓여 있습니다. 코너를 돌면 보이는 윈도우 안에는 결혼, 연애, 취업을 상징하는 세 가지 컬러의 병에 알약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명약이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미소를 자아 내는데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이런 풍경은 신세계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가 윤동천의 ‘병치(竝置)-그늘’의 설치 작품들 입니다. 신세계갤러리가 지향하는 소통의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 작가 윤동천 작가와의 특별한 만남이 있었던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난 7월 10일 목요일 오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갤러리에는 많은 분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윤동천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이었는데요. 오후 3시, 강렬한 카리스마와 함께 젊은 청년의 이미지를 지닌 윤동천 작가가 관람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작가와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윤동천 작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개념미술작가로 국제아시아 유럽비엔날레 금상 수상(1992)등 수 차례의 수상경력과 수백 회의 전시경력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입니다. 뉴욕공공도서관, 대영박물관, 뉴올리언스 미술관 등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을 만큼 인지도 있는 작가인데요. 현재는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서양학과의 교수로 재직하며 신진 예술가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작품과 작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회화를 전공하던 청년화가가 설치, 오브제, 사진, 회화를 넘나들게 되기까지의 많은 고민과 노력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하던 4살배기 딸에게 영감을 얻은 작품부터 그림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비이커에 담긴 안료를 작품으로 승화하거나, 마주보고 있는 총을 통해 서로 다른 이념의 대치를 상징한 작품, 부조리한 사회를 거대한 개 뼈다귀로 표현한 작품 등, 윤동천 작가는 끊임없는 성찰과 반성, 날카로운 비판을 풍자와 해학으로 유쾌하게 녹여내고 있는데요. 늘 “왜?”라는 물음으로 사물의 이면을 보려 노력한다는 그에게서 거장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Q&A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보이는 왼쪽부터 관람하라는 화살표를 본 관람객은 작품 관람의 방향을 제시해 놓은 의도가 있는지 질문했는데요. 윤동천 작가는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세월호 사건을 보고 작업한 <무제>이고, 마지막에는 <희망의 색>이라는 작품으로 끝난다. 힘들고 우울하게 시작하지만 마지막엔 희망을 보도록 만들고 싶었다”는 대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재미있는 설치작품인 <희망 알약 3종세트>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요. 작가는 결혼, 취업, 연애 운을 부른다는 알약시리즈에 대해 ‘삼포세대’ 즉, 결혼, 취업, 연애를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의 암울한 세태를 꼬집은 것이며, <기성세대를 위한 도구>를 통해 무기력한 기성 세대에 대한 비판을 드러냄으로써 불안 속에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현실은 동시에 기성 세대의 잘못이기도 하다는 묵직한 비판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윤동천 작가를 있게 한 원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그는 고등학교 시절, 마음껏 읽었던 책들이 지금까지도 작가의 정신과 철학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며 독서의 중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회화, 사진, 판화, 언어, 설치 등 다양한 매체와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 그의 작품세계에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었습니다.

전시의 주제가 ‘병치(竝置)-그늘’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병치는 비교해서 보는 재미를 느끼도록 하고 싶어서 정한 주제입니다. 관람객이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 현대미술은 오만함을 벗는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그의 전시를 완성하는 주체가 관람객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백화점 안의 갤러리 공간에서 진행되는 만큼 더 특별한 데요. 윤동천 작가는 신세계갤러리 외부에 있는 서너 개의 윈도우 갤러리에 주목해 오브제 설치작업과 레터링 작업으로 다양한 즐거움을 주고자 했다며, ‘병치(竝置)-그늘’ 전을 통해 관람객이 어려운 예술을 쉽게 이해하고,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받아들이는 재미있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에 걸친 ‘작가와의 대화’가 끝나고 관람객들은 작가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어렵고 권위적인 예술이 아닌 일상 속의 예술을 통해 우리 시대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려낸 윤동천 작가의 작품세계를 더욱 가까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병치(竝置)-그늘’ 전을 보고 윤동천 작가를 꼭 만나보고 싶어 다시 갤러리를 찾게 되었다는 한 관람객은 “윤동천 작가는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 준 작가다. 유머러스 한 작품 면면에서 느껴지는 사회의식 또한 매력적이었는데,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그를 더욱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며 전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예술은 일상이다.” 대학 시절부터 일관되어 온 윤동천 작가의 예술에 대한 철학인데요. 신세계갤러리에서 7월 30일까지 이어지는 ‘병치(竝置)-그늘’전을 통해 세상의 흐름에 시선을 두고 일상의 삶에서 시작한 이야기들을 펼쳐온 윤동천 작가의 ‘일상의 예술’을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윤동천 작가의 <병치(竝置)-그늘> 전시정보

-전시일시: 6월 18일부터 7월 30일까지
-전시장소: 신세계백화점 본점 12층 신세계갤러리
-문의: 신세계갤러리 02-310-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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