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혼란에 빠지는 건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녀에게 갖고 싶은 것을 미리 물어보면 김이 새고, 원하는 선물을 알아 맞히려니 여자의 마음은 도통 알 수가 없을 테니까요. 선물 상자를 풀자마자 놀람과 기쁨으로 가득찬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백화점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남자들을 위해, 취향 좋은 4명의 여자들이 갖고 싶은 선물을 미리 골라줬습니다. 이 중 어떤 선물을 선택해도 그녀의 마음을 사기엔 충분할 거예요.
요즘 가장 눈길이 가는 건 조금 투박해 보이는 어글리 슈즈예요. 이름과는 달리 제 눈에는 마냥 예뻐 보이는 어글리 슈즈 중에서도 제일 탐나는 건 프라다와 아식스의 스니커즈죠. 캐주얼한 데님에도, 미디 길이의 실크 스커트에도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여기에 상의는 조금은 유치하면서도 귀엽게 보이는 프린트와 색감이 매력적인 프라다의 티셔츠가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입고 애인과 괜찮은 카페에서 따뜻한 핫초코 한잔이면?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밸런타인데이가 될 것 같지 않나요?
향기를 만드는 직업을 가지기 전부터 모든 것을 향으로 기억할 만큼 향에 민감한 편이에요. 그런 제게 좋은 향을 만드는 브랜드의 제품은 언제나 사고 또 사도 부족하죠.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향은 바이레도의 우드 이모텔 오 드 퍼퓸이에요. 얼마 전에 만났던 지인이 뿌리고 나온 향수인데, 대화를 하는 내내 향에 감탄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평소에 달콤한 향보다 우디 계열의 향을 선호하는 취향은 샴푸에도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불교 사원의 향을 연상시키는 르 라보의 샴푸는 낯설지만 의외로 조화롭고 매력적이에요. 좋아하는 향이 늘어날수록 레이어링에 익숙해지는데, 어느 향과 매치해도 어색하지 않은 건 샤넬의 핸드크림이에요. 이 세 가지 아이템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향기로운 밸런타인데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립밤이나 핸드크림과 같은 소소한 선물이 좋다고 생각해 왔어요. 선물치고는 소박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주 손이 가는 것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선물 주는 이를 자주 떠올리게 하거든요. 또한 이런 사소한 아이템들이 의외로 내 돈 주고 사기는 애매한 가격이라 선물로 받기 더욱 제격이고요. 최근 출시되고 있는 코즈메틱 브랜드들은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실용성과 디자인을 고루 갖춰 최고의 선물 리스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밸런타인데이의 특별함을 느끼고 싶다면 캔들을 선택할 거예요. '타닥타닥' 심지 타들어 가는 소리와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만으로도 로맨틱한 하루를 보장해 주니까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그 어떤 값진 백이나 보석보다 그녀를 기쁘게 해줄 거예요. 평소와는 다른 조금 특별한 초콜릿을 준비해 보세요. 화려한 포장 대신 조금 투박한 모양이지만 좋은 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초콜릿이나 개성 있는 패키지로 시선을 사로잡는 시선 강탈 초콜릿은 물론,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초콜릿은 한순간의 찬란한 유혹과도 같아요. 입에 넣는 그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환상적인 경험을 그녀와 함께 나눌 준비가 되셨나요?
PHOTOGRAPHER YEON JE HYUNG
DESIGNER KIM JAE 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