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영국의 애프터눈 티 vs 한국의 다과

차 마니아라면 한번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꽃향기가 맴도는 홍차와 갖가지 디저트가 있는 영국식 애프터눈 티를 즐길 것인가. 아니면, 향긋한 녹차와 담백한 떡과 한과 그리고 명상이 함께하는 한국식 다과를 즐길 것인가 말이죠. 당신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요?

  • 에르메스 까르네 데카터 찻잔과 티포트 각 30만원대/ 1백만원대. 강남점, 센텀시티.

  • 웨지우드 스콘이 담긴 접시 10만5천원, 케이크 스탠드 22만원, 도트 패턴 티포트 19만8천원. 본점, 강남점, 센텀시티, 대구신세계.

  • 일롱 유리 소재의 티잔 5만원. 강남점.

  • 이딸라 마름모 형태 화병 각 29만원/ 15만9천원. 강남점, 경기점.

  • 이도 정과가 담긴 접시 5만1천원(소), 술떡이 담긴 볼 13만8천원(소), 연청색 주전자와 찻잔 각 30만원/ 5만원, 2가지 컬러의 찻잔과 술병 각 2만3천원/ 17만2천원. 강남점, 경기점, 센텀시티, 대구신세계.

  • 광주요 다식이 담긴 볼 3만5천원, 사과 모양 합 5만원. 본점, 강남점, 경기점, 인천점, 광주점, 센텀시티, 스타필드 하남점, 대구신세계.

# 홍차와 갖가지 간식이 가득한 풍요로운 티타임, 영국의 애프터눈 티

애프터눈 티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18세기 말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영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크게 부흥했답니다. 여전히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정복했던 나라’로 남아있을 만큼 군사적 힘도 막강했죠. 당시 영국에서는 아침과 저녁 두 끼를 먹는 것이 보통이었는데요, 끼니 사이의 공복감을 해결하기 위해 베드포드 7대 공작 부인인 안나 마리아가 고안한 것이 바로 애프터눈 티라고 합니다. 오후 서너시 무렵, 스콘과 케이크 등의 풍성한 음식과 향기로운 티는 그들에게 반갑고도 즐거운 간식 타임이 되었을 것입니다. 마리아 부인이 호사스러운 응접실에서 친구들을 초대해 티타임을 갖다보니, 귀족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죠.

애프터눈 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홍차입니다. 홍차는 잘못 우려내면 쓰고 텁텁한 맛이 나기 일쑤라 제대로 우리는 것이 중요한데요, 깊고 향기로운 풍미의 홍차를 위해서는 2개의 티포트가 필요합니다. 2개의 티포트에 뜨거운 물을 부어 예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예열이 다 되면 티포트 ①의 물을 버리고 다시 뜨거운 물과 찻잎을 넣습니다. 3분이 되면 재빨리 홍차만 걸러 예열해둔 또 다른 티포트를 비워 옮겨 담습니다. 취향에 따라 따뜻한 우유, 꿀을 더해 밀크티로도 즐길 수 있어요.

  • 웨지우드 홍차가 담긴 찻잔 14만2천원, 마카롱이 담긴 접시 16만5천원, 케이크가 담긴 접시 6만8천원. 본점, 강남점, 센텀시티, 대구신세계.

  • 로얄 코펜하겐 밀크티가 담긴 찻잔 24만원, 크림 저그 22만원, 티포트 59만원. 본점, 강남점, 경기점, 센텀시티, 대구신세계.

# 자연의 풍미를 느끼며 홀로 사색하는 시간, 한국의 다과

영국의 애프터눈 티가 간식을 먹으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사회적인 활동이라면, 한국의 차 문화는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정신 수양에 가깝습니다. 고대 가야에서 시작되어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차 문화에는 차를 내는 예절 즉 ‘행다례’가 통용되는 것이 특징인데요, 생활 다례, 규방 다례, 선비 다례, 궁중 다례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각 다례에는 차를 우리는 세세한 과정은 물론 인사까지 포함되어 있답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음을 평화롭고 단단하게 수양하는 이 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갖가지 간식일 것입니다! 담백한 떡부터 달콤한 정과 그리고 고소한 다식까지. 자극적이지 않은 우리 간식은 섬세한 풍미의 우리 녹차와 잘 어울린답니다.

하동과 보성 등 차 생산지를 둔 우리는 어쩌면 신선한 녹차를 마실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녹차를 고를 때는 그 이름으로 차의 풍미를 가늠할 수 있으니 기억해 두세요. 녹차는 크게 찻잎을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 4가지로 나뉘는데요, 우전이 곡우(양력 4월 20일 무렵) 이전에 채취한 여린 잎으로 만든 녹차입니다. 세작은 입하 이전에, 중작은 입하 이후 10일 동안 그리고 대작은 5월 하순 이전까지 딴 찻잎으로 만든 녹차죠. 찻잎의 채취 시점이 빠를수록 향이 순하고 차가 부드럽답니다. 봄에 딴 여린 잎으로 발효, 숙성한 가을의 차 우전, 세작이 가장 부드럽고 맛있다고 합니다.

  • 이도 꽃이 담긴 숙우 볼 10만원. 강남점, 경기점, 센텀시티, 대구신세계.

  • 광주요 정과가 담긴 접시 2만2천원. 세로 줄무늬 찻잔과 받침, 주전자. 각 1만5천원/ 1만4천원/ 7만4천원, 꽃 형태의 접시 5만7천원. 본점, 강남점, 경기점, 인천점, 광주점, 센텀시티, 스타필드 하남점, 대구신세계.


한국 차에 빠져보고 싶다면 꼭 찾아봐야 하는 곳, 티 컬렉티브입니다. 하동에서 수제로 만든 녹차와 홍차부터 쑥차와 감잎차, 호박차 등의 전통차까지 전국에서 공수해온 차를 맛볼 수 있는 카페랍니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갖가지 한국 다기와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어 이곳은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한 곳이죠. 한국 식재료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디저트도 놓칠 수 없습니다. 여린 잎으로 만들어 부드럽고 섬세한 풍미의 세작과 은은한 단맛의 호박 쿠키의 환상의 궁합을 꼭 맛보세요.


차 업계의 스티브 잡스란 평을 받는 티메이커 스티븐 스미스는 티 브랜드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잎차 또는 티백의 제품으로 호텔, 카페, 백화점 식품관 등에서 종종 만날 수 있죠. 청담동에 문을 연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 카페는 그들의 국내 1호점 카페인데요. '티 테이스팅 룸’이란 콘셉트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방법으로 차를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티 플라이트’ 메뉴는 티 바에서 3가지 티를 골라 풍미를 비교하며 마실 수 있어 좋습니다. 티 소믈리에가 완벽한 온도와 시간으로 만들어준 3가지 티를 작은 볼에 담아 바에 내어주면, 스푼으로 맛볼 수 있답니다. 생맥주처럼 탭에서 따른 '나이트로 티' 메뉴 또한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하는 메뉴로 꼽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 귀족의 티타임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라뒤레 살롱드떼로 가야 합니다. 파리를 대표하는 디저트 브랜드 라뒤레는 1백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데요, 지금도 파리에 자리한 라뒤레 매장 앞으로는 어김없이 디저트를 맛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서있답니다. 한국에서는 신세계 강남점 매장으로 더욱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어 반갑죠. 1층에는 마카롱을 구입할 수 있는 숍이, 3층에는 홍차부터 마카롱, 디저트, 브런치 메뉴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자리합니다. 2층의 살롱드떼는 반짝반짝 빛나는 샹들리에부터 고풍스러운 벽화와 유려한 곡선의 몰딩 그리고 호사스러운 티웨어까지 티 마니아들의 천국으로 꾸며졌답니다. 시트러스 향이 우아한 조세핀, 장미 향이 매혹적인 로즈, 제비꽃 향이 더해진 바이올렛 우롱이 대표 티 메뉴입니다. 크로크무슈, 프렌치 토스트 등의 브런치 메뉴와 마카롱과 피낭시에 등의 디저트도 티와 잘 어울리죠. 섬세한 풍미의 홍차 조세핀과 로즈 마카롱의 마리아주를 꼭 즐겨보세요.

애프터눈 티와 한국의 다과, 둘 중 마음을 정하셨나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맛있는 간식과 차를 마시기에도, 향기로운 녹차와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에도 좋은 계절입니다. 막판 스퍼트를 앞두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10월, 차 한잔 어떠신가요?

SHOPPING CART





EDITOR LEE JI SEONG
PHOTOGRAPHER PARK JAE HYUN
STYLIST KIM BO SUN
DESIGNER KIM DA 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