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오후 3시. 신세계 본점 문화홀이 이탈리아의 감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오페라 공연장으로 변신했습니다. 바로 ‘올 댓 푸치니 올 댓 오페라(All that Puccini All that opera)’ 갈라 무대 입니다. <나비부인>, <라보엠>, <투란도트> 등 놀라운 오페라 작품을 작곡한 오페라의 거장 ‘자코모 푸치니’의 서거 90주년을 맞아 그가 만든 걸작들을 통해 푸치니의 일대기를 재조명하는 시간, 푸치니의 열정과 영혼이 가득했던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 합니다.
근사한 수트차림의 노신사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냅니다. 그는 ‘올 댓 푸치니 올 댓 오페라’를 기획하고 연출한 ‘그랜드 오페라단’의 안지환 단장 입니다. 특유의 입담으로 오늘 관객들에게 선 보일 푸치니의 오페라 작품에 대한 해설과 오페라에 대한 재미있는 상식을 곁들여 설명해 주었는데요. 오페라는 1597년 귀족들이 시인, 문필가 등의 문학가들과 함께 담론을 만들고 즐기던 ‘카메라타’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현재에 이르러 대중화 되기까지 많은 작곡가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 중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자코모 푸치니’ 입니다. 오늘 ‘올 댓 푸치니 올 댓 오페라’를 통해 <라보엠>, <투란도트>, <그라나다>등 푸치니 오페라의 정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첫번째 무대를 위해 연주자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늘 피아노 연주를 맡은 ‘마르코 발데리’와 테너 ‘다비드 소트쥬’ 입니다. 푸치니의 고향인 이탈리아 루까에서 태어나 피아니스트로, 오페라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마르코 발데리는 유럽 오페라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뛰어난 아티스트 입니다. 서글서글한 미소와 뛰어난 무대 매너가 매력적인 테너 다비드 소트쥬 또한 주목할 만한 성악가 인데요. 루치아노 파바로티, 미렐라 프레니 등 오페라 거장에게 사사를 받은 뒤, 재능을 인정받아 현재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오페라 극장의 주역으로 활동중인 오페라 스타입니다.
숨을 죽이며 무대 위를 응시하는 관객들. 섬세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첫 곡인 ‘아침의 노래(Mattinata)’가 흘러 나오기 시작합니다. 사실주의 오페라 작곡가 ‘루제르 레온카발로’가 발표한 이탈리아 가곡 ‘아침의 노래’는 새벽에 깨어나 사랑하는 사람의 잠든 모습을 보며 부르는 간절한 사랑의 찬가 입니다. 다비드의 감미로운 음색을 들으니 태양이 떠오르는 풍경이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지는 듯 합니다.
두번째 곡은 뜨거운 사랑에 바진 여인의 마음을 그린’ 입맞춤 (Il bacio)’ 이라는 곡입니다. 보라색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녀는 <토스카>,<라보엠>,<나비부인> 등 수 많은 오페라 작품과 수십 회의 국제콩쿠르 수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프리마돈나 오희진 입니다. 바이올렛 조명이 무대 위로 떨어지며 풍부한 성량과 성숙한 감성으로 열연하는 소프라노 오희진의 무대는 숨막힐 듯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어 2009년 대한민국 오페라상 남자성악가상을 받으며 오페라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바리톤 김승철의 ‘투우사의 노래(Toreadot Song)’가 흘러 나옵니다. 오페라 <카르멘>의 열정이 그대로 전 해 졌는데요. 관객들은 힘찬 박수로 그의 노래에 화답했습니다.
푸치니의 대표작인 오페라 <라보엠>의 넘버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시간. ‘올 댓 푸치니 올 댓 오페라’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며 공연은 점점 그 뜨거운 열기를 더해 갑니다. “가난한 시인 로돌포와 독신녀 미미의 애절한 사랑이 한 곡 한 곡마다 전해지며 깊은 감동을 주었는데요. 다비드 소트쥬가 로돌포, 오희진이 미미, 김승철이 마르첼로로 분해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 ‘내 이름은 미미 (Mi chiamana Mimi)’, ’사랑스러운 아가씨(O soave fanciulla)’, ‘미미 그대는 돌아오지 않고(O Mimi tu piu non torni)’를 열창하며 뜨거운 무대를 연출했습니다. 관객들은 박수갈채와 환호로 아낌없이 감동을 표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소프라노 오희진이 부르는 ‘신아리랑’으로 공연의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리랑 아라리요. 모란꽃 필 적에 정다웁게 만나니…” 구슬프고도 애절한 멜로디가 객석을 적시자, 바리톤 김승철이 합세해 ‘나는 믿어요 (I believe)’를 부릅니다.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그 날을 기원하는 바람이 따뜻한 선율에 실려 그대로 전해 집니다.
오페레타 <즐거운 미망인> 중 ‘입술은 침묵하고(Lippen Schweigen)’가 시작되자 객석은 흥겨운 축제를 즐기듯 들뜬 분위기가 됩니다. 테너 다비드 소트쥬가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며 ‘그라나다(Granada)’를 부릅니다 “아름다운 하늘이 부르는 그라나다. 멋진 추억이 담긴 그라나다~” 그의 목소리 하나로 문화홀은 유럽의 작은 도시 그라나다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오드리 헵번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난 밤새도록 춤을 출 수도 있었는데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와 오페라 <투란도트>를 대표하는 곡인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가 이어집니다. 푸치니가 “투란도트 이 전의 내 오페라들은 다 버려도 좋다.”라고 말할 정도로 <투란도트>는 과감한 음악적 도약을 보인 작품입니다. 다비드 소트쥬의 음성으로 들어보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 그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환생한 듯 열정적이고 무게감 있는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마지막 곡 ‘그대는 나의 모든 것(Dein ist mein ganzes Herz)’은 다비드 소트쥬, 오희진, 김승철의 앙상블이 돋보인 무대였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린 환상적인 화음으로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세 사람. 무대가 끝나자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는데요. “브라보!” “앵콜!” 뜨거운 관객들의 함성과 기립박수가 이어지자 즉석에서 앵콜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다비드가 즐겨 부른다는 이탈리아 가곡과 ‘오 솔레미오’로 뜨거웠던 공연의 막을 내렸습니다.
관객들은 “오페라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오늘 공연이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워서 놀랐다.”며 오늘 공연에 대한 만족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관객들의 말처럼 오페라에 대한 편견을 깬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습니다.
푸치니는 17살에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보고 싶은 감명을 받아 “내 갈 길은 오페라 작곡 뿐이다.”라고 정한 뒤 수많은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가난과 싸워가며 열정을 다했지만 그의 초창기 작품들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끊없는 노력과 혼신의 힘을 다해 작곡을 포기하지 않고, 관객을 매혹하는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의 꿈을 이룬 푸치니. ‘올 댓 푸치니 올 댓 오페라’는 포기를 몰랐던 푸치니의 열정과 뜨거운 영혼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갈라무대에 이어 ‘올 댓 푸치니 올 댓 오페라’는 6월 7일 토요일, 예술의 전당으로 무대를 옮겨 더욱 멋진 공연을 펼치게 됩니다. 오늘 무대에 오른 마르코 발데리, 다비드 소트쥬, 오희진, 김승철은 물론 이현숙, 임청화, 윤병실, 송윤진 등 한국 오페라계의 걸출한 히로인들이 함께해 푸치니의 모든 것을 선사한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리며, 앞으로 계속될 신세계 ART&CULTURE 무대도 뜨거운 기대와 사랑으로 맞이 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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