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위해서는 식초를 넣는 수전노와 오일을 넣는 낭비가, 맛을 내는 현자, 버무리는 광인의 네 사람이 필요하다’는 로마 속담처럼, 모름지기 올리브오일은 망설임 없이 호방하게 둘러야 맛이 더해지는 듯 합니다. 연둣빛 올리브오일로 코팅되어 반짝반짝 빛을 내는 샐러드는, 진한 올리브 향과 채소의 가볍고 신선한 식감, 그리고 깊은 풍미의 긴 여운까지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올리브오일에 풍부하게 함유되어있는 올레인산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춰주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여준다니, 올리브오일을 가까이해야 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몸에도 좋고 즐기기에도 편리한 올리브오일이지만, 정작 올리브오일을 고르는 방법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선호하는 풍미에 따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또는 그냥 올리브오일 중 골랐던 것이 사실이죠. 압착해 만드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은 샐러드에, 올리브오일은 볶음이나 튀김 요리에 넣는다는 것이 그나마 알려진 사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조 방식뿐 아니라 원산지, 착즙 방식, 풍미, 용도 등 와인만큼이나 천차만별인 수많은 올리브오일이 국내에 출시됐는데요. 식품관을 방문하면 벽면을 가득 채운 수십 가지의 올리브오일 앞에서 한번쯤 고민에 빠져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6백년 된 고성에 자리한 올리브오일 하우스 샤또 데스뚜블롱
올리브오일의 품질은 짜내는 방법의 차이
제대로 된 올리브오일을 고르기 위해서는 먼저 올리브에 대해 잘 알아야겠죠. 하늘이 높아지고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늦가을이 바로 올리브 재배에 적기입니다. 기원전 16세기 그리스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남유럽, 미국 남미까지 전해져 전 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열매가 된 올리브는,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란답니다. 품종에 따라 크기, 모양, 컬러는 다르지만 타원형으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6~8개월 자란 올리브가 오일을 짜기에 최적의 상태입니다. 올리브 특유의 우아한 풀 향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그 전에 수확하면 오일에 톡 쏘는 매콤한 맛이, 이후 수확하면 과일 향이 짙어집니다. 갈고리 형태의 도구로 하나하나 가지를 훑거나, 기계로 나무에 진동을 주어서 올리브가 바닥에 떨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올리브를 재배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엑스트라 버진’과 ‘버진’은 재배한 올리브를 짜내는 방식의 차이를 말합니다.
(좌) 수작업으로 올리브오일을 만드는 샤또 데스뚜블롱의 올리브 선별 과정.
(우) 샤또 데스뚜블롱에서 만드는 단일품종의 올리브오일 플라콘꾸뚜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각 농장과 제조사마다 만들어지는 과정에 차이는 있지만, 보통 수확 후 바로 세척한 올리브를 그대로 곱게 으깨고 체에 씨를 거르는 작업은 동일합니다. 반죽 상태인 과육으로부터 수분을 분리시키고, 순면에 거르는 과정을 거쳐 얻게 되는 맑은 오일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입니다. 열을 가하거나 화학적인 가공 없이 올리브의 압착 만으로 추출한 최고급 올리브오일이죠. 새롭게 단장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관에 프리미엄 그로서리를 담당하는 이정화씨는 제대로 된 올리브오일을 고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산도를 제시합니다.
“올리브오일은 풍미가 진하고 산성도가 낮은 것이 좋습니다. 올리브가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금방 산도가 올라가기 때문이지요. 산도를 표기하지 않는 올리브오일도 있지만, 자신 있게 0.8 미만의 산도를 표기해 놓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은 품질을 믿을 수 있어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은 화학처리 없이 자연 상태로 0.8% 미만의 낮은 산성도를 띄는 것을 의미하고, 버진은 엑스트라 버진과 같은 방식으로 추출하지만 산성도가 0.8 이상 2% 이하인 것을 말합니다. ‘엑스트라 버진’이나 ‘버진’이 붙지 않는 올리브오일은 올리브를 가열해 기름을 추출하여 화학물을 첨가해 산도를 낮춘 정제유거나, 자연 상태의 압착유와 정제유를 섞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생 올리브를 수확하자마자 압착한, 산도가 낮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일수록 맛과 영양 면에서 뛰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좌) 올리브 최대 경작지인 스페인 안달루시아 하엔의 올리브 농장 전경.
1 스페인에서 오히블랑카 품종으로 만드는 오데올리바 오히블랑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250ml.
2만2천원. 본점, 센텀시티, 청담SSG.
2 일찍 수확한 피쿠얼 품종을 바탕으로 한 개성있는 풍미의 올리브오일 카스틸로 데 카네나 피쿠알 엑스트라버진 500ml.
5만5천원. 본점, 청담SSG.
싱그럽거나, 쓰거나, 톡 쏘거나? 풍미를 결정하는 것은 원산지와 품종
종류가 수백 가지에 달하는 올리브는 와인처럼 품종, 원산지를 보고 대략적인 올리브오일의 풍미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단, 같은 품종과 원산지라 해도 올리브의 수확시기에 따라 풍미가 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전 세계 올리브의 반 이상이 생산되는 곳이자, 세계 최대 올리브 경작지인 스페인 안달루시아 하엔의 대표 올리브 품종은 피쿠얼입니다. 타원형 끝 부분이 살짝 튀어나온 형태와 익으면 검붉게 변하는 모습이 피쿠얼의 특징입니다. 피쿠얼로 만든 올리브오일은 신선한 올리브 향이 진하며, 버터와 후추의 매콤한 맛까지 느낄 수 있는 복잡미묘한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주로 재배되는 올리브 중 오히블랑카를 바탕으로 한 오일은 싱그러운 과일과 아몬드 향이 특징입니다. 올리브 중 영양이 높고 칼로리가 낮기로 유명하죠.”
스페인 무르시아 지방의 오 데 올리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국내에 선보이는 '파라프'의 안성은 팀장은, 올리브오일의 선택기준이 품종의 풍미와 칼로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피쿠얼, 아르베키나, 쿠키오, 오히블랑카의 단일 품종으로 만든 올리브오일 및 블렌드한 셀렉션까지, 총 5종의 올리브오일을 국내에 출시하는 오 데 올리바의 올리브오일은 각 품종별 올리브의 풍미를 탐구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외에도 윤기가 흐르는 까만 열매로 영그는 올리브인 프란토이오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며, 부드러운 아몬드 향과 매운맛 그리고 다채로운 아로마가 특징입니다. 직접 먹거나 절이는 형태로 가공되기보다, 올리브오일로 생산되는 경우가 더 많은 바니아 올리브는 이스라엘이 원산지이지만 호주에서 주로 경작되고 있습니다. 순하고 부드러운 맛을 지니고 있어, 단일 품종이 아닌 개성이 강한 다른 품종과 함께 블렌드 하여 올리브오일을 생산하기도 하는 품종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올리브오일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의 올리브오일 생산량에 1% 정도밖에 미치지 않지만, 와인에 쏟는 프랑스인들의 장인정신에서 알 수 있듯 품질은 무척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보르도의 한 와이너리처럼 ‘샤또’에 딸린 밭에서 재배되고, 추출되는 올리브오일인 ‘샤또 데스뚜블롱’은 남프랑스의 아를과 마르세유 사이에 자리한 소도시 레보드 프로방스에서 와인처럼 만들어지는 올리브오일로, 그린올리브의 신선한 향기와 달콤한 과일의 향이 진한 올리브오일입니다.
1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재배된 올리브를 바탕으로 한 딘앤델루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DOP.
4만3천원. 본점, 강남점, 경기점.
2 이탈리아의 2천년된 올리브오일에서 자란 올리브를 바탕으로 만든 올드파구스 2000y 올리브오일.
45만원. 품절(재고없음)
3 영화 <로렌조오일>의 실제 주인공이 설립한 회사에서 만든 로렌조 5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500ml.
8만원. 본점, 강남점, 센텀시티, 청담SSG.
4 얼음을 연상시키는 창의적인 디자인이 특징인 이탈리아 시칠리아산 올리브오일 ‘아체텀 아이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250ml.
3만8천원. 본점, 센텀시티, 청담SSG.
5 우아한 향수 병을 닮아 선물하기 좋은 샤또 데스뚜블롱 아르데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100ml.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6백년된 고성에서 생산되었다.
5만8천원. 본점, 센텀시티, 청담SSG.
6 이탈리아의 와이너리 프레스코발디에서 재배하고 압착한 올리브오일 ‘프레스코발디 라우데미오 올리브오일’ 500ml.
8만원. 본점, 청담SSG.
올리브오일과 더 친해지는 방법
이토록 맛도 건강에도 좋은 올리브오일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직접 먹는 거겠죠. 단, 최대한 열을 가하지 않는 방법으로 조리하는 것이 올리브오일의 풍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뉴욕의 창의적인 이탤리언 레스토랑인 마이알리노와 미슐랭 3스타에 빛나는 뉴욕 일레븐 메디슨 파크에서 경력을 쌓은 오스테리아 꼬또의 ‘송훈’ 셰프는, 올리브오일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이탤리언 요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요리마다 각기 다른 올리브오일을 씁니다. 발연점이 낮은 올리브오일은 열을 가하면 쉽게 타고, 맛과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스테이크를 구울 때에는 적합하지 않아요. 대신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에는 비터(쓴맛)한 맛이 있는 올리브오일을 쓰지요. 샐러드에는 올리브 과실 향이 풍부한 것을 쓰고요.”
올리브오일이 맛도 건강에도 좋은 것은 잘 알지만, 한식에는 의외로 잘 쓰이지 않아 일상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에게 한식에 올리브오일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생채 나물과 같이 참기름이 들어가는 한식 요리에 참기름 대신 올리브오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싱그러운 채소의 풍미와 잘 어울릴 겁니다. 올리브오일의 향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참기름과 섞어서 사용해도 좋고요.”
송훈 셰프에게 맛있는 올리브오일 고르는 법에 대해도 물어보았습니다.
“결국 맛을 봐야 합니다. 풍미가 순화된 국내 브랜드에 국한하지 않고 때론 ‘공격적’이라 느껴질 만큼 풍미가 개성이 있는 것들을요. 싱그러운 향, 부드러운 질감, 톡 쏘는 맛, 쓴맛… 다채로운 풍미의 올리브오일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올리브오일을 고르시면 됩니다. 너무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향이 진하고 초록빛을 띄고 있으면서 콜드프레스(저온에서 착유하는 공법)해 얻은 올리브오일을 중심으로 맛보세요.”
이탤리언 요리에는 물론, 한식에도 잘 어울리는 올리브 오일. 나에게 꼭 맞는 풍미의 올리브 오일을 골라, 식탁 위 요리에 지중해의 향기를 더해보세요.
1 신선한 레몬을 올리브와 함께 콜드프레스해 만든 올리브오일 올리오 베리데 아 리몬.
3만3천원. 본점, 강남점, 경기점.
2 매콤한 고추의 풍미를 더해 각종 구이, 파스타에 사용하기 좋은 알올리비에 에스펠레테 페퍼 인퓨즈드 올리브오일 250ml.
2만9천원. 본점, 청담SSG.
3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6백년된 고성에서 생산되는 샤또 데스뚜블롱 오일세트. 올리브오일과 트러플 향의 올리브오일의 2가지다.
7만7천원. 본점, 센텀시티, 청담SSG.
4 오크나무 훈연의 향을 입힌 올리브오일. 카스티야 드 카네나의 XXI 센추리 EVOO 콜드 스모크드 아베끼나.
3만4천원. 본점, 강남점, 경기점.
5 허브와 칠리를 넣어 풍미를 더한 알올리비에 칠리 앤 허브 올리브오일 500ml. 각종 요리에 사용하기 편하다.
5만3천원. 본점, 청담SSG.
6 스프레이 타입으로 조리 마지막 단계에 요리에 뿌리면 송로버섯 풍미가 살아나는 사비니 송로버섯 올리브오일 250ml.
5만8천원. 본점, 청담SSG.
EDITOR LEE JI SEONG
PHOTOGRAPHER JUNG WOO YOUNG
출처: 신세계백화점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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