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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죽은 나무를 재탄생 시키는 작가, 에른스트 감펠 ‘치유의 미학’ 전 강연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나무를 다룰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무를 다룬다는 것은 깎아내고, 파고, 새기는 일을 넘어 자연의 결을 느끼고 순리를 따르는 작업이기 때문인데요. 신세계 갤러리에서는 마치 흙으로 빚은 듯 유연하고, 섬세한 목공예 작품으로 나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나무와 소통하는 작가 에른스트 감펠의 ‘치유의 미학’ 전이 바로 그 것 입니다.

9월 23일 오후, 에른스트 감펠의 작품을 좀 더 특별하게 만날 수 있는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신세계 갤러리를 찾았습니다.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한 모습에서 같은 설렘과 기대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오늘은 에른스트 감펠의 한국 프로모션을 담당하고 있는 갤러리LVS의 디렉터 이원주 대표가 ‘유럽의 장인정신과 에른스트 감펠의 작품세계’에 대한 특별한 강의를 펼치게 됩니다.



‘치유의 미학’을 기획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원주 디렉터는 에른스트 감펠의 작품에 매료되어 6개월의 노력 끝에 전시를 허락 받고 2012년 한국에 처음 감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었다며 감회를 전했는데요. 수많은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해 온 베테랑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티스트 에른스트 감펠과 그의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습니다.

에른스트 감펠은 1965년 생으로 49세의 젊은 작가입니다. 17세부터 목공일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놀랍게도 미술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을 하며 나무에 대한 호기심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게 되었고, 뛰어난 재능으로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인데요.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세계적 목공예가가 되었다는 점에서 예술에는 학벌보다 재능이 우선함을 온 몸으로 증명해 낸 아티스트가 아닌가 합니다.



이원주 디렉터는 ‘정신’과 ‘철학’이 에른스트 감펠을 위대한 작가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재료가 되는 나무를 대하는 모습부터 그 정신과 철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에른스트는 단풍나무, 너도밤나무, 올리브나무, 오크나무 등을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데, 건강히 살아있는 나무를 베어 사용하는 대신 자연적으로 부러진 나무나 태풍이나 기상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생명을 잃은 나무, 빙하에 의해 바닷물에 잠겨있던 나무를 재료로 작업한다고 합니다.

“프리마돈나 라는 작품에 손을 비추면 투명하게 드러날 정도로 얇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굉장한 기술이 필요한 작품인데요. 나무 결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런 형태로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에른스트 감펠은 뛰어난 테크니션이자 아티스트입니다.” 이원주 디렉터의 설명처럼 에른스트 감펠의 모든 작품은 자연의 자유로운 생명력과 나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일반적인 목공예가 나무의 가로 방향을 살려 작업한다면 감펠은 그와 반대인 세로 방향으로 재료를 자르고 결을 거슬러 가는 것이죠.



이는 나무가 가진 고유의 모양을 존중하기 때문인데요. 즉, 나무가 스스로 공예품의 모양을 정하는 셈입니다. 이처럼 에른스트의 모든 공예작품에는 흡집이 있거나 잔가지가 자라면서 생긴 흔적, 버섯이 나고 자랐던 자리, 옹이 등 나무가 본래 지니고 있었던 개성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나무공예를 하고 남은 톱밥을 이용해 집의 연료를 대체할 만큼 나무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에른스트 감펠은 오브제 하나를 위해 300여 번의 과정을 거칠 만큼 공들여 작업한다고 합니다. 나무를 이해하고 함께 호흡하며 만든 그의 작품은 나무가 죽어 공예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되는 ‘나무의 재탄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에른스트 감펠에 대한 감동적인 일화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에른스트의 이웃집에 있던 감나무가 쓰러지는 일이 생기자 에른스트는 그 감나무를 깎아 수 십 개의 그릇과 스툴로 재탄생 시키고, 이웃들을 모두 초대해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실현시킨 것 인데요. 에른스트 감펠의 작품에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가 아름다운 성품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의가 끝나자 관람객들은 이원주 디렉터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며, 아름다운 오브제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래 위에 작품을 올려 두어 마치 모래 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처럼 보이는 작품부터, 얇게 깎아 내 투명하게 비치는 오브제, 뚜껑과 일체된 항아리 형태, 나이테와 세월의 흔적과 상처까지 그대로 담아낸 작품까지 나무의 ‘윤회’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작품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쪽에는 에른스트 감펠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클립으로 상영하고 있어 에른스트의 작품을 좀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관람객들은 “나뭇결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너무나 섬세해서 놀랐어요. 작가에 대해 알고 감상하니,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라며 좀 더 많은 분들과 이 감동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전하는 치유의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시간, 에른스트 감펠의 ‘치유의 미학’전은 9월 2일부터 10월 27일까지 신세계 본점 12층 신세계 갤러리에서, 이후에는 센텀시티(10.29~12.1), 인천점(12.3~12.28), 광주점(12.30~1.21)에서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나무 오브제가 전하는 자연의 생명력과 따뜻한 치유의 순간을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에른스트 감펠 ‘치유의 미학’
전시기간: 2014.9.2(화)~10.27(월)
전시장소: 신세계 신관 12층 신세계갤러리 (02-310-1924)

*신세계 갤러리의 모든 전시는 무료 입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고객 여러분의 방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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