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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아날로그의 #맛

겉과 속이 다르다? 얼핏 봐서는 오래된 노포처럼 보이지만, 주의하세요! 이들의 공통점은 초행길엔 쉽게 찾기 어렵다는 점, 찾았다 하더라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게 될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세련됨과 ‘핫’함으로 치자면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서울!!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요즘, 느릿한 행보가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상수동 골목 언저리에 자리 잡은 독특한 가게. 간판에는 ‘명성이발관’이라 쓰여있고, 이발소 특유의 삼색 원통이 현란하게 돌아가고 있죠. 하지만 늦은 밤에도 불을 밝히고 영업하는 이발소라니, 어쩐지 낯설게 다가오네요. 이곳의 정체는 바로 유린기, 마파두부, 마라샹궈 등의 중국요리와 시그니처 칵테일 그리고 중국 고량주 등을 내주는 차이니스 바, ‘명성관’입니다! 상수동 토박이 사장님은 새로 문을 열 가게를 찾던 중, 어릴 때부터 동네를 지켜오던 명성이발관의 폐점 소식을 듣고 이곳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가게 문을 열었답니다. 불금의 힙 플레이스답게, 에디터는 이곳에 가기 위해 두 시간 가까운 대기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하지만 쓰촨 페퍼와 고추기름이 춤을 추는 마파두부와 부드럽게 혀를 유린하는 유린기를 영접하는 순간 고된 대기 시간의 설움은 말끔히 잊고 말았죠. 직접 만든 진저 시럽을 넣은 시그니처 칵테일인 ‘상수동 뮬’은 기름진 중국요리와 기막힌 조화를 이룬답니다. 상하이 뒷골목의 선술집에 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 역시 매력적!

진짜 보물 같은 장소는 꼭꼭 숨어 있는 법! 신촌과 홍대 사이,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펠트’는 아는 사람만 간다는 아지트 같은 커피숍입니다. ‘은파 피아노’라는 간판을 떼지 않고 외관을 그대로 둔 채, 새하얀 내부를 향긋한 커피 향으로 가득 채웠죠. 펠트를 이끄는 대표 3인방은 이곳을 발견하고 직접 내부 공사에 나섰고, 의기투합하여 진행되는 와중에 ‘특별히 외부에 손댈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요. 덕분에 시원한 통유리가 내부를 훤히 보여주고, 빽빽한 테이블 없이 벤치로만 채운 공간의 매력도가 상승하는 효과를 보았습니다. 가장 인기 좋은 메뉴는 카페라떼고요, 매일 다른 원두를 골라 내려주는 드립 커피도 향이 좋아요. 참, 여긴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펠트는 이렇게 말해요. “커피는 아침에 마셔야 한다는 게 우리의 지론이에요.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 더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고요.” 건반을 두드리면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피아노처럼 삶의 소소한 순간까지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겨운 재래시장 한복판에 둘도 없이 쿨한 다이닝 바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구수한 쌍화차 향이 어울릴 것 같은 공간이 힙스터들의 성지로 탈바꿈한 이곳은 목화다방!! 1960년대부터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던 마을의 터줏대감이었던 공간을 그대로 간직한 것이 특징이죠. 고풍스러운 겉모습과는 달리 그들이 내놓는 음식은 미각을 자극합니다. 와규 등심 스테이크와 파스타, 버거처럼 술을 곁들이기 좋은 식사 메뉴는 물론, 일곱 가지 치즈로 만든 그라탕, 스코틀랜드에서 즐겨 먹는 스카치에그 등 든든한 안주까지 갖추고 있죠. 특히 JW 메리어트 그리핀바 출신의 김태열 바텐더가 선보이는 창의적인 칵테일은 이곳의 히든카드. 바 자리에 앉아서 바텐더와 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이상민 소믈리에가 셀렉해주는 특별한 와인 또한 기대 이상! 금호동 금남시장에 힙스터들이 모여드는 이유, 충분하죠?

해방촌 구석진 골목, 그 흔한 간판 하나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에 위치한 야채가게. 초행길이라면 길을 헤매기 십상이지만 예약 없이는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곳입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명의 근원은 이곳이 본래 야채가게 자리였다는 것. 이름은 야채가게지만 시그니처 메뉴는 바로 바다 내음 가득한 우니 세트입니다. 달걀흰자 속에 우니와 아보카도, 단호박을 채운 카나페와 우니를 올린 익힌 소라 그리고 낫토와 버무려 먹는 우니 냉우동이 차례로 나오지요. 소박한 생김새지만 그 맛은 단연 으뜸!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시원한 맥주 한 잔 혹은 깔끔한 뒷맛의 한라산 소주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이곳의 또 한 가지 매력은 메뉴판에 없는 음식도 먹고 싶다면 주문할 수 있다는 점. 재료가 허락하는 한 즉석에서 만들어주신다니, 마치 일드 <심야식당>이 떠오르지 않나요? 오랜 단골인 듯 정감 있는 분위기 역시 꼭 닮았습니다. 해산물과 술을 사랑한다면 반드시 들러 맛 보기를 추천합니다.






EDITOR & PHOTOGRAPHER SONG YI SEUL, LIM NA 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