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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평행 이론

'신상' 아이템의 달콤한 유혹 앞에서 문득,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영화 속 명 장면, 시대의 표상이 된 패션 아이콘들이 2016년 S/S 시즌의 런웨이를 누비는 모델과 겹쳐지는 순간이었죠. 미국의 링컨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이 다른 시대를 살며 같은 운명을 겪었던 것처럼, 패션 산업에도 평행 이론이라는 게 존재하는 건 아닐까요? 괴짜 버디 무비로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속 캐릭터가 런웨이에 등장한 순간, 패션 평행이론이라는 가설에 좀 더 무게를 싣게 되었죠. 젠더리스 패션으로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를 몰고 다니는 구찌 컬렉션을 필두로 이번 시즌을 화려하게 수놓은 신상 아이템과 평행선을 그리는 아카이브 속 스타일을 살펴 보았습니다.

1_21C Hippie

누구보다 자유와 사랑을 찬미하며 평화를 추구했던 히피들. 패션계는 줄곧 히피 특유의 스타일을 편애해 왔습니다. 히피 하면 빠질 수 없는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은 1930년대 스타일를 혼합해 복고적인 무드를 더했어요. 몇 해 전 히피 운동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한 피날레 풍경을 연출하며 갈채를 받기도 한 그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에스닉한 디자인으로 여심을 흔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반도 곳곳으로 우리를 초대한 돌체앤가바나는 잘 익은 과일 귀걸이에 터번을 두르고 발끝까지 내려오는 튜닉을 걸친 여인을 등장시켜 글래머러스하게 재해석했어요. 히피의 상징인 꽃을 형상화한 패턴, 로맨틱한 러플과 레이스 등으로 만든 슬립 드레스를 선보인 랑방을 비롯해 손으로 짠 듯한 성근 니트 드레스로 모던한 히피를 보여준 프로엔자 스쿨러까지. 비틀스와 롤링스톤스에 열광하고 서브컬처를 향유하던 그 시절의 히피가 존재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요?

2_Cool Kids

1990년대 젊은이들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쿨 키즈 룩이 인기몰이 중입니다. 쿨 키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은 거칠게 풀린 헴 라인과 깊은 슬릿이 인상적인 데님 롱 스커트와 디자이너의 시그니처인 바이커 재킷을 매치해 반항적인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영화 <트레인 스포팅>의 주인공이 얼핏 겹쳐지기도 하는 모습이죠. 또 다른 영화 속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끌로에의 트레이닝복은 어떤가요? <로얄 테넌바움>의 애덤 샌들러가 독특한 캐릭터를 연출하기 위해 입었던 그 추리닝 패션이 하이패션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바지 옆단에 슬릿을 넣어 걸을 때마다 언뜻언뜻 드러나는 하이힐이 이토록 멋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와이드한 팬츠의 실루엣 때문이겠죠. 쿨 키즈의 상징, 스타디움 점퍼를 가장 멋지게 선보인 라코스테 컬렉션 또한 눈여겨볼 만합니다. 튜브 톱과 함께 매치한 헐렁한 트레이닝 팬츠, 오버사이즈 크롭트 점퍼의 조합에서 1990년대의 쿨한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3_Summer Holiday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휴양지에서 여성스러운 플레어스커트, 스트라이프 티셔츠나 컬러풀한 드레스 차림으로 해변을 걷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는 계절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상 속에서 떠오르는 한 명의 여인, 바로 오드리 헵번이죠.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는데요, 로마에서의 달콤한 휴가를 즐기던 공주 오드리 헵번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수많은 리조트 룩의 모티프가 되어왔습니다. 아메리칸 프레피 룩의 대가 랄프 로렌은 스트라이프 슬리브리스와 실크 스커트로 근사한 젯셋족을 연상케 하는 리조트 룩을 제안했습니다.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포인트를 준 에르메스의 플리츠 드레스 또한 우아한 매력으로 여행을 꿈꾸는 여자들의 로망을 자극합니다. 이국적인 휴양지에서의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원피스를 고를 땐 강렬한 컬러를 선택하는 게 어떨까요? 산뜻한 오렌지 컬러의 르메르 드레스처럼 말이에요. 건강하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휴양지 룩을 완성할 수 있겠죠?

4_Hawaiian Dream

"알로하"라는 인사말로 더 익숙한 하와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붐을 일으킨 서핑 문화와 함께 행복한 삶의 표상이 되었습니다. 화사한 꽃목걸이 레이를 걸고 사랑에 빠진 영화 <블루 하와이>의 주인공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하와이를 꿈꾸는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살펴볼까요? 야자수 패턴으로 낭만적인 하와이의 풍경을 표현한 폴앤조의 티셔츠와 스커트는 펌프스와 함께 매치해 로맨틱한 룩을 완성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활용 가능한 트로피컬 룩의 좋은 예시인 것 같죠? 그런가 하면 원주민을 연상케 하는 안나 수이의 이국적인 여인은 사랑스러운 플라워 아플리케 장식 홀터 톱과 프린지 스커트로 관능적인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서퍼들의 래시 가드를 떠오르게 하는 디스퀘어드의 컷아웃 스윔웨어에 토속적인 컬러의 루프 장식은 어떤가요? 하와이안 서퍼의 옷장을 테마로 컬렉션을 완성했다는 딘 앤 댄 듀오의 위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EDITOR NOH SEUNG HYO
PHOTOGRAPHER PARK JAE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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