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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올 여름, ‘에일 맥주’로 맥주의 신세계를 발견하세요



맥주의 시작, 에일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여름, 어떤 종류의 맥주를 즐기고 계신가요? 맥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에일(ale) 맥주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에요. 그 동안 한국에서 마신 맥주는 거의 100% 라거(lager)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라거는 에일의 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맥주랍니다.

여기서 짧게 에일과 라거에 대해 알려 드릴게요. 원래 맥주는 에일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맥주는 보리에 물과 효모, 홉을 섞고 발효시켜 만드는데요. 보리가 아닌 밀이나 쌀 같은 다른 곡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보리가 전통적인 원료랍니다.

맥주를 만들 때는 크게 담금, 끓임, 발효의 세 가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먼저 ‘담금’ 과정에서는 분쇄한 맥아를 따뜻한 물과 잘 섞어 적당한 온도에 맞춰둡니다. 이렇게 하면 효모가 발효할 수 있는 달콤한 액체인 ‘맥아즙’이 만들어집니다. 다음으로 찌꺼기를 걸러낸 맥아즙에 홉을 넣고 ‘끓임’과정을 거치면 맥주 특유의 향과 쌉싸래한 맛이 나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끓인 맥아즙에 효모를 넣고 발효시키면 맥아즙의 당분이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해되는데, 발효법에 따라 상면발효인 에일맥주와 하면발효인 라거맥주로 나뉘게 됩니다.

상면발효는 발효된 효모가 탄산가스와 함께 표면에 둥둥 뜨는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탄생된 맥주가 바로 과일의 풍미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에일맥주’입니다. 반대로 발효과정에서 온도를 차갑게 낮추면 상면발효 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효모가 나타나면서 바닥에 가라앉게 되는데, 이것을 하면발효라고 하며, 이렇게 탄생된 맥주가 바로 부산물이 적고 깔끔한 맛의 ‘라거맥주’입니다.



인류 최초로 맥주를 만들어 마셨다는 고대 이집트부터 19세기 까지는 거의 대부분 맥주가 에일 이었는데요. 당시에는 하면발효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체코 필젠이란 도시에서 독일인 양조업자가 라거를 대량생산 하는데 성공하면서 '필스너'라는 라거 맥주를 탄생시켰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라거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요. 탁하고 짙은 갈색인 에일과 달리 맑고 투명한 황금빛 라거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풍부하거나 깊은 맛은 덜하지만 부산물이 적기 때문에 깔끔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부터 에일을 즐기던 영국이나 벨기에 등에서는 여전히 에일을 더 선호하지만 한국처럼 맥주가 근대 이후 도입된 나라에서는 탄산이 풍부한 라거가 압도적 대세로 자리잡게 되었는데요. 대형 맥주업체 두 세 곳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맛이나 향, 종류가 한정되어있는 라거 맥주를 생산해 팔았기 때문입니다.

해외여행을 가본 분들이라면 에일맥주를 맛 볼 기회가 많으셨을 텐데요.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의 맥주도 진하고 맛있는데, 한국맥주는 왜 이렇게 밋밋할까.'라는 궁금증도 가져보셨을 거구요. 지난해 영국의 시사 잡지 이코노미스트 기자는 "서울의 맥주는 북한 평양만도 못하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싱거운 한국의 맥주에 대한 불만과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강해지면서 외국 맥주가 이전보다 다양하게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맥주를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마이크로 브루어리(microbrewery) 또는 마이크로펍(micropub)이라 부르는 맥주집 겸 양조장도 서울 이태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게 되었답니다. 자연스럽게 라거와 다른 맛과 매력의 에일 맥주가 화제의 중심에 떠오르게 되었죠.

에일은 라거에 비해 청량감은 좀 떨어지지만 '바디감'이 뛰어난 맥주랍니다. ‘바디감이 뛰어나다’는 것은 입안에 머금었을 때 묵직하게 채우는 느낌이나 쌉쌀한 맛이 깊고 진하다는 뜻이에요. 종류에 따라 과일을 연상케 하는 풍부한 향이 나기도 하고 일부 에일의 경우에는 초콜릿처럼 짙고 구수한 단맛을 머금기도 해 한번 맛보면 '맥주의 신세계'를 발견했다는 인상을 받으실 거에요.

또, 요즘은 에일과 라거의 장점을 섞은 독특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드는 실험적인 양조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물론 독일이나 영국처럼 맥주를 전통적으로 마셔온 나라에서는 오래된 기존의 맛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하고, 실험적인 맛의 맥주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전통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나라에서 훨씬 활발하게 도전하고 있답니다. 평소 라거를 즐기셨다면 올 여름엔 깊고 진한 에일맥주의 맛에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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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단
이기중 전남대 교수. <유럽맥주견문록> 저자 / 이인호 크래프트 비어 펍 '로비본드' 대표 / 김욱성 '이트리' 셰프 / 송정 중앙일보 메트로G팀 기자


깊고 풍부한 맛, 에일(ALE) 맥주



(좌) 발라스트 포인트 스컬핀 IPA (2010년 월드비어컵(WBC) 금메달을 수상한 미국 발라스트 포인트의 IPA)

이기중: 다양한 과일 향이 조화롭다. 피니시에서 홉의 쓴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인호: 다채로운 과일 캐릭터의 밸런스가 발군이다. 정말 훌륭한 IPA.
김욱성: 그레이프프루트 향과 강한 쓴맛이 거슬리지 않는 제대로 된 IPA.
송 정: 병을 따자마자 향긋한 향이 난다. 홉의 향과 맛이 강해 마실 때 조금 부담스럽다.

(중) 리틀 크래쳐스 페일 에일 (스페셜티 몰트와 호주 페일 몰트를 적절히 블렌딩해 만든 크래프트 맥주)

이기중: 라이트 바디감과 청량감을 지녔다. 시큼한 감귤류의 맛과 홉의 쓴맛이 느껴진다.
이인호: 새콤하고 달달한 감귤류의 맛을 배경으로 복숭아 같은 핵과(核果)의 느낌이 강하다.
김욱성: 에일치고는 무게감이 가볍다. 에일을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들도 마실 수 있을 듯.
송 정: 한마디로 “맛있다.” 한 모금 넘긴 후에 목을 타고 올라오는 과일 향이 마음에 든다.

(우) 다스 브론드 (글루텐 추출 공법으로 제조된 프리미엄 100% 오가닉 맥주)
이기중: 전체적으로 꿀과 같은 달달함과 알코올 도수가 느껴진다.
이인호: 벨기에 효모가 만든 풍성한 과일 부케, 강한 탄산과 가벼운 바디감이 잘 어울린다.
김욱성: 잔에 따랐을 때 풍기는 아로마가 매력적. 입안에서 느껴지는 탄산의 감촉이 부드럽다.
송 정: 거품이 풍성하다. 넘길 때 씁쓸한 맛이 나면서 마지막에 살짝 단맛이 느껴진다.


맑고 청명한 맛, 라거(LAGER) 맥주



(좌) 바이엔슈테판 오리지널 라거 (1000년 역사를 지닌 바이엔슈테판에서 생산하는 정통 독일 밀 맥주)

이기중: 라이트-미디엄 바디감과 청량감을 지녔다. 피니시에서 홉의 쓴맛이 약간 느껴진다.
이인호: 깨끗하고 담백한 몰트 맛에 독일산 홉의 플로럴한 화사함이 잘 녹아있다.
김욱성: 잘 빚은 맥주라는 느낌. 보드라운 감촉과 복합적인 향, 살짝 감도는 단맛을 지녔다.
송 정: 몰트 향이 강하게 난다. 맥주 특유의 쓴맛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좋아할 듯.

(중) 민타임 런던라거 (저온살균을 하지 않아 홉의 풍미가 살아있는 영국 민타임의 라거)

이기중: 라이트 바디감과 중간 정도의 탄산기를 지녔고 약간의 레몬 맛과 홉의 쓴맛이 난다.
이인호: 필스너 수준으로 강하게 홉을 첨가한 풍미 좋은 라거.
김욱성: 구수한 몰트 향과 혀를 감싸는 풍부한 탄산감에서 오는 청량감이 매력적이다.
송 정: 레몬과 비슷한 향이 은은하게 풍기며 탄산이 강하지 않아서인지 부드럽고 가볍다.

(우) 크로넨버그 1664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만 재배되는 최고급 홉 스트리셀스팔트를 사용한 페일 라거)

이기중: 라이트 바디의 부드러움과 청량감이 느껴지며 약간의 몰트 맛과 홉의 쓴맛이 난다.
이인호: 첫맛이 살짝 달콤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의외로 홉의 존재감도 느껴진다.
김욱성: 첫맛은 구수하며 중간 정도의 무게감을 지녔다. 상쾌한 잔향이 오래간다.
송 정: 뒷맛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가볍고 무난한 맛으로, 그만큼 개성은 조금 부족하다.


출처: SSG 푸드마켓 스마트 초이스 2014년 7월호
FOOD STYLIST KIM KYOUNG MI
EDITOR KIM HYE WON
PHOTOGRAPHER MIN HEE K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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