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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화 속 스팟을 찾아 떠난 타이베이 여행기

사계절 푸르름을 간직한 청춘의 도시, 타이베이! 풍성한 먹거리와 이색적인 풍경만으로도 널리 알려진 나라이지만, 좀 더 특별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영화 속 명소를 따라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슴 설레는 로맨스 영화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애니메이션까지! 셔터를 누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대만의 영화 같은 면면을 소개합니다.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누구에게나 마음 속 깊이 남아있을 첫 사랑에 대한 추억을 곱씹게 만드는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제31회 ‘홍콩금상장영화제’의 ‘중국, 대만 최고의 영화상’을 수상한 대만 국민 영화이자,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대만 작품이기도 합니다. 극중에서 가진동(커징텅 역)과 천옌시(션자이 역)의 데이트 장소로 등장한 기찻길과 천등 날리는 씬을 기억하시나요? 설레는 두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타이베이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마을 ‘스펀’입니다. 알록달록 색깔 마다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천등에 소원을 적어 하늘에 날리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지요. 옆으로 끝 없이 펼쳐진 기찻길을 걸어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 기차가 지나갈 때 사진을 찍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션쟈이의 말처럼, 꿈꿔온 행운이 찾아올 지도 모르니까요!


# 말할 수 없는 비밀

‘대만’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로맨스 명작 <말할 수 없는 비밀>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주걸륜의 빼어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걷기 좋은 이 영화의 촬영지는 타이베이 시내에서 40분 정도 지하철을 타면 나타나는 ‘단수이’역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한 눈에 보기에도 낯 익은 영화 속 주된 배경지는 홍마오청-진리대학교-담강중학교로 이어집니다. 주걸륜(상륜 역)이 피아노 연주를 하던 건물 홍마오청은 사실 1629년 스페인에 의해 지어진 후 현재는 시립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 관광지. 이름 그대로 붉은 건물이 ‘인생샷’을 연출해주는 훌륭한 포토존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홍마오청에서 걸어나오면 진리대학(옥스퍼드 컬리지)와 실제 주걸륜의 모교로 알려진 담강중학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두 곳 모두 실제로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간이기에, 출입이 제한될 수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 그러나 영화 속 정취를 느끼며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습니다.


홍마오청 부근에서 내려와 길을 건너면 시야가 탁 트인 해변이 나타납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두 주인공의 키스신 배경이 되었던 단수이 해변입니다. 수평선 저 멀리 너머로 보이는 건물을 바라 보며 산책하는 여유로움을 즐겨보세요. 길을 따라 자리잡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유유자적 낚시를 즐기는 이들, 손을 잡고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까지. 남녀노소가 뒤섞여 평화로운 광경을 접할 수 있을 거예요.


# 나의 소녀시대

대만의 ‘첫 사랑’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 <나의 소녀시대>의 풋풋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두 곳의 촬영 스팟을 소개할게요. 먼저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지니고 있는 배우 왕대륙(쉬타이위 역)과 상대역 배우 송운화(린전신 역)이 만나 공부를 했던 아기자기한 카페 ‘소헐포말 홍차점’입니다. 신뎬구청 역 근처에 자리잡은 이 카페에 들어서면 친절한 사장님이 나와 주인공 커플이 앉은 자리로 안내해줍니다. 영화 속 명소로 소문난 만큼 한국어 메뉴판도 구비되어 있어 무척 편리하지요. 영화에 나온 여주인공이 마시던 똑 같은 메뉴를 맛보고 싶다면 한국어 메뉴에는 없는 블랙 티를 따로 주문하는 것이 팁! 저렴한 가격임에도 어마무시한 양의 음료가 나오니 놀라지는 마세요. 영화 속 장면을 따라 해보며 포토 타임도 즐기고, 사장님이 내어주는 포스트잇에 방명록을 써 붙이고 나면 좋은 추억이 될 거예요.


<나의 소녀시대> 속 명장면, 롤러 스케이트 씬! 어두운 밤 반짝이는 전구 사이로 롤러 스케이트를 배우는 로맨틱한 스토리의 배경은 바로 ‘무자공원’입니다. 실제로 대만 현지인들도 사랑하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붉은색 펜스와 꼬마 전구 장식이 없어서일까요? 영화와 같은 드라마틱한 장면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풋풋한 영화를 다시 떠올리며 산책하기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의 모티프가 타이베이의 지우펀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실제로 마주하면 화려한 등불과 웅장한 건축물이 압도하는 경관에 매료되어 왜 이 판타지 장르에 영감을 주었는지 절로 이해가 갑니다. 밤낮으로 인파가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루어 ‘지옥펀’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을 정도. 국내에서는 드라마 <온에어> 촬영지로 알려지기도 했지요.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상점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면 다리 아픈 줄도 모르게 한 바퀴 돌아보게 될 거에요.


영화 속 스토리의 시작과 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굴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꼭 들러야 할 이곳! 돼지가 된 부모님을 구하고 나오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동굴인데요. 황금박물관으로 유명한 진과스 근처 산길에 숨겨져 있어 택시 투어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좀처럼 찾기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서늘한 기운과 무성하게 자란 수풀까지, 작품 속 동굴과 그대로 닮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EDITOR & PHOTOS LIM NA JUNG
DESIGNER KIM DA 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