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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제주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 #효리처럼 #hyggelife

휘게 라이프라는 거창한 신조어를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대를 살만큼 아름다운 일상을 가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발리에서 소소한 집 밥을 내어놓은 윤 식당이 호응을 얻고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든 효리네 민박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화려한 성공 신화가 아닌 일상에 기울이는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소중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 각박한 세상에서 각자의 삶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싶은 현대인들의 바람 때문은 아닐까요?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는 느릿한 걸음이 당연합니다. 도시의 치열함은 잠시 뒤로 한 채,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을 다시 한 번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위해서 말이죠. 2박 3일간 둘러본 제주에서 발견한 일상의 위대함! 지금 공개합니다.



여행의 설렘이 가장 증폭되는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 짧은 비행 시간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마음에 쉽사리 눈을 붙일 수 없었답니다.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겨준 푸르른 하늘! 끝없이 펼쳐진 하늘처럼 아무런 제약도 없이 떠나는 느긋한 제주 여행, 시작해볼까요?

과거 제주의 중심 시장이던 주성장의 명맥을 잇고 있는 유서 깊은 제주 5일장. 전통 시장은 최근 포틀랜드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지역 시장의 ‘자치성’과 ‘작은 기업인’을 중심으로 붐업되고 있는 슬로우 라이프 트렌드의 관점에서 꽤나 흥미로운 풍경을 선사했답니다.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는 장터,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장이 아닌 특별한 5일장!
직접 방문한 장터는 생각보다 큰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생선부터 건어물, 각종 채소와 과일, 도예품과 농기구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었는데요. 정감 어린 제주 방언으로 친절하게 손님 맞이를 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는 활력이 넘쳤답니다. 할머니들을 위한 ‘할망 장터’에서는 사회의 문제로 드러나고 있는 노령화 대책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어요. 지역 장터에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우리 나라도 선진국처럼 다양한 계층이 상생하는 지역 마켓의 활성화를 꿈꿔볼 수 있겠죠?

이방인들이 아닌 현지인들의 단골집을 발견하는 재미! 이번 제주 둘러보기의 목적이기도 한 ‘슬로우 라이프’에 걸맞은 음식점을 소개합니다. 화려한 간판 없이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 제주토속 빙떡집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정직함’에 있었답니다. 100% 제주산 메밀로 만든 빙떡은 얇은 메밀 피 안에 무를 채워넣어 고소한 맛이 일품인 제주 지역의 별미입니다. 제주토속의 또 다른 명물은 바로 몸국. 몸국은 ‘모자반국’의 사투리인데 제주에서는 큰일을 치를 때 빼놓지 않고 준비하는 음식으로 정성이 들어간 영양식이랍니다. 돼지고기나 돼지뼈를 삶은 국물에 말려두었던 몸을 빨아 넣어 끓인 국으로 더위에 지친 몸을 보신하기에 좋은 메뉴! 구수하고 담백한 그 맛이 벌써 그립습니다.

유행처럼 번지는 펜션과 게스트하우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가운데,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숙소를 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제주 901은 ‘순환’이라는 컨셉으로 에디터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숙소와 카페, 운동센터로 이루어진 제주 901은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전해주고 있었답니다. 각각의 공간을 문이 아닌 통로로 연결해 순환되도록 설계한 건물에는 로우 푸드를 소개하는 카페와 프라이빗 운동 센터, 정갈한 숙소가 자리합니다. 진정한 힐링을 위한 복합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대표님. 5년 동안 하나하나 직접 완성했다는 901은 선한 에너지를 전하는 주인 내외와 무척 닮아있었어요. 근 신경을 활성화시키고 골격근의 밸런스를 회복시키는 뉴락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나서 마시는 디톡스 주스와 헬시 푸드의 조합이란! 매일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특히 사모님이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한 로우 푸드는 단순히 모양만 흉내 낸 샐러드와는 결이 다른 완성도를 자랑한답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장기 투숙하며 몸과 마음을 비워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요.


“자유롭다는 것은 참 좋은 것이구나!” 1년간의 세계일주를 하면서 얻은 깨달음으로 완성된 미도 호스텔은 ‘미도 공화국’이라는 발칙한 개념을 도입한 공간입니다. 도처에서 우리를 붙잡고 있는 사회, 문화, 정치적 통념으로부터의 해방! 이것이 미도 호스텔 설립의 목적이라고 하는데요. 과거 ‘미도장’이었던 이곳을 유럽의 쿨한 호스텔 스타일로 리노베이션한 아이디어가 참신합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으며 무엇이든 나눌 수 있습니다. 함께 맥주를 마시거나 마당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제주 여행을 할 수도 있는 곳!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미도호스텔로 로그인하세요.


바쁜 일상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여유를 누려볼 시간입니다. 여독을 풀어주고 상쾌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는 운동으로 시작하는 하루! 출근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집을 나서던 아침 시간을 대체할 운동 프로그램은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을 자극해줌으로써 골격근의 밸런스를 되찾을 수 있으며 투숙객을 대상으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요. 개운한 운동 뒤에 맛보는 청량한 로우 푸드는 그야말로 꿀 맛! 일주일정도의 여유만 주어진다면 몸과 마음을 바로 잡는 시간을 갖고 싶었답니다.

제주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우리 밀과 찰 보리 등을 직접 제분 제조해 만든 빵을 판다는 메종드 쁘띠푸르는 서울을 출발하면서부터 기대하던 곳이었습니다. 아늑한 원목으로 꾸며진 내부는 우리 집 거실처럼 편안했답니다. 건강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빵들은 모든 제품에 화학첨가물이나 방부제를 넣지 않고 천연효모가 살아 숨 쉬는 건강한 빵을 직접 만들며 당일 생산한 제품은 모두 당일 판매해 신선도를 유지한다고 해요. 화려한 타르트들의 매혹적인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다양한 재료로 만든 수제 잼은 지갑 도둑이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파티셰라는 한 길을 우직하게 걸어온 김용봉 셰프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빵의 신세계, 제주에 간다면 반드시 둘러 보아야 할 맛 집이니 잊지 마세요.


뜨거운 햇살을 피해 들어간 바다는 시원하고 푸근했답니다. 간단한 도구만 챙겨가 보이는 바다마다 뛰어들고 싶었던 순간들! 스노클링은 제주도의 푸른 바다에서 특히나 즐겁습니다. 비록 물고기들을 만날 순 없었지만 흰 모래 바닥 위로 부서지는 햇살의 그림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평온함을 찾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최소한의 개입으로 자연과 하나 되는 짜릿함! 스노클링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물놀이로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서둘러 도착한 물메골은 사찰 음식 전문점입니다. 투박한 정원에는 여러 개의 장독대가 놓여있었는데요. 저 장독대 안에서 숙성된 우리 고유의 장들이 선사할 맛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연 잎에 쌓여 나온 밥과 구수한 메밀 파전은 자극 적이진 않았지만 어떤 음식보다 따뜻했습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 인위적인 맛을 멀리하는 사찰 음식. 느리게 걸어가는 제주 여행길에 이보다 어울리는 상차림이 있을까요? 밥과 찬을 깨끗하게 비우고 말린 표고 버섯을 한 봉지 샀습니다. 서울 집에 돌아가서도 이 곳에서의 고즈넉한 식사를 기억하며 한 상 차려보고 싶은 욕심에서요!






EDITOR & PHOTOS NOH SEUNG HYO
DESIGNER KIM DA 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