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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철강 단지에서 뉴 스트리트로, 문래&구로의 #맛

1980년대, 철공소가 빼곡하게 들어섰던 문래와 공업단지가 자리했던 구로. 이 거칠고 터프한 지역에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공장단지가 예술가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척’하지 않는 담백함 때문이에요. 급조되어 반짝하고 사라지는 핫 스폿과 달리, 창작촌에서부터 번져나오는 예술적 감성이 이 구역의 오래된 거리에 서서히 스며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즐기는 먹거리 역시 ‘척’하지 않습니다. 전에 본 적 없는 날것의 거리에서 경험하는 맛의 여정으로 떠나볼까요?

이곳에 다녀온 후부터 이상한 허세가 생겼어요. 양다리 구이를 먹어보지 않았으면 양고기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달까요? 이곳은 남구로역 근처의 많은 중국 음식점 중에서도 단연 돋보입니다. 쫄깃한 식감의 양 앞다리는 그동안 먹어본 그 어떤 양고기와도 비교를 불허하죠. 먼저 통째로 초벌구이한 노릇노릇한 양다리의 자태를 감상해 보세요. 슬라이스한 살코기를 석쇠에 구워 즐기면 주방에서 2차, 3차로 익힌 살점을 순차적으로 서빙해 줍니다. 매끄러운 면의 식감이 매력적인 옥수수 온면과 담백한 부추만두, 상큼한 감칠맛의 건두부 무침도 더해보세요. 작은 크기의 양다리가 2~3인분이니 인원이 많아질수록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겠죠?

남구로 시장 옆에 있는 젊은 상인들의 성지 ‘영프라쟈’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습니다. 바로 푸껫 현지에서 전수받은 태국 요리를 선보이는 타이로띠랍니다. 태국 사람을 꼭 닮았지만 사실은 살가운 한국인인 한상우 셰프는 태국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하고 간편한 요리를 제대로 선보이고 싶었답니다. 특히 가게 이름에서도 보이는 ‘로띠’는 밀가루를 반죽해 납작하게 익혀내는 태국의 전통 음식으로 국내에선 2명 정도만이 제대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하네요. 태국에서는 배합부터 반죽까지 집집마다 다른 레시피를 가지고 있을 만큼 비법이 무척 소중한 요리로, 타이로띠에서만큼은 제대로 된 로띠를 맛볼 수 있답니다. 대표적인 태국 요리인 팟타이, 태국식 돼지고기 덮밥 팟 가파오 무쌉으로 식사를 한 뒤 로띠 장인이 선보이는 바나나 누텔라 로띠로 완성되는 코스를 경험해 보세요.

그저 그런 추억의 먹거리를 파는 상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이곳의 시간은 아직도 1980~1990년대에 멈춰져 있습니다. 영프라쟈의 또 다른 상점 중 하나인 이곳에선 달고나 과자 만드는 체험은 물론 아팟치, 와다닥, 쫄쫄이 등 어린 시절 즐겼던 다양한 군것질 거리를 발견할 수 있답니다. 더불어 이 가게의 추억 마스터와 함께라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죠. 손님과의 짤짤이 배틀, 동전 뒤짚기 게임 등으로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하니, 자신 있는 사람은 도전해봐도 재밌지 않을까요? 귀여운 피규어로 가득 찬 내부와 20~30년 된 패미콤 게임기를 만날 수 있는 2층도 꼭 둘러보세요. 팁을 전하자면, ‘추억 속 뽑기판’ 게임에 도전하면 무조건 옛날 과자를 상품으로 타갈 수 있으니 이왕이면 게임과 간식을 모두 즐겨보세요!

철공소들을 지나 허름한 단층 건물로 가득한 골목에 들어서면, 과연 이곳이 서울인가 싶은 의문이 들 수 있어요. 동네 슈퍼 파라솔엔 두 아저씨가 평온한 얼굴로 생선회를 뜨고, 골목을 돌아 다다른 ‘소문난 식당’ 입구엔 빨래가 주렁주렁 걸려 있으니까요. 마치 어릴 적 놀러 갔던 외갓집에 온 듯 친근하고 푸근한 공기로 가득한 이 음식점에서 선보이는 메뉴는 칼칼한 고등어 김치찜, 단 하나뿐이에요. 가을 김장김치로 만든 묵은지와 살이 통통하게 오른 고등어의 조화는 어느새 하얀 쌀밥을 한 그릇 뚝딱하게 만든답니다. 인공적인 단맛이 없어 느끼하지 않고 뒷맛까지 깔끔해 동네 어르신은 물론 젊은이들도 찾아가는 맛집이랍니다. 뒤이어 나오는 구수한 숭늉까지 쭉 들이마시면 이보다 완벽한 한 끼 식사가 또 있을까요?


문래와 구로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많이 놀라셨나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아티스트가 모여든 지역이니만큼 저마다의 개성과 흥이 넘치는 스폿도 가득하다는 사실. 이어지는 2편에서 소개할 문래&구로의 또 다른 매력까지 체크해 보세요!






EDITOR & PHOTOGRAPHER SHIN JAE 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