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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갤러리 랜선 탐방! <소소하지만 소중한> 전시회

소소한 일상들의 소중함을 실감한 2020년을 지나, 2021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듯 우리도 행복한 일상을 되찾아야 할 때죠. 내 삶의 행복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매일매일의 어느 한 부분에 녹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세계갤러리는 12월과 1월에 걸쳐 6명의 작가에게서 평범한 매일의 소중함을 찾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담아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전시를 랜선으로 확인해보았습니다.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반짝임
#이광기 #백인태 #이진이

이광기, 개미나 사람이나, 2016, 단채널비디오, UHD변형, 8min.41sec

‘매일 반복되는 생활’ 일상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의 전시 <소소하지만, 소중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렇게 우리가 쉽게 스쳐 간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에서 작품의 모티프를 가져옵니다.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주차하는 평범한 일상도 작가에게는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2008년 <제30회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이광기 작가의 <개미나 사람이나>(2016)가 대표적입니다. 우리의 삶 속 리얼한 풍경인데요. 작가는 일련의 이미지를 통해 거대한 도시 속에서 개미처럼 수동적인 대상이 된 인간을 꼬집습니다.

이광기, 서민끼리 싸우지 말자, 2014, 네온사인, 24x140cm

그는 우리 삶 곳곳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일들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표현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어렵고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합니다. 이 점에서 최근 서울 디뮤지엄에서 선보인 네온사인 작품도 이슈가 되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도 지난 디뮤지엄 전시에서 사랑받은 <서민끼리 싸우지 말자>(2014)를 비롯해 새롭게 제작된 신작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백인태, 파티션 벽에 마카펜, 가변크기, 2020

백인태 작가는 일상에서 포착한 모순을 풍자하며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자 하는 또 한 명의 예술가입니다. 인천을 모태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낙서 화가이기도 한데요.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전시장 벽에 표현합니다. 경험해온 일상을 표현한 드로잉에서는 백인태 작가만의 재치가 가득합니다. "자네를 신뢰할 수 있게 프로필과 포트폴리오로 증명하시오."그 유머러스함에 웃게 되는 동시에 낙서에서는 신랄한 꼬집음이 발견할 수 있어 씁쓸한 여운을 남기기도 합니다.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보여주어 관람객에게 현실 너머의 현실을 대면하게 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진이 작가의 작품인데요. 사실적인 묘사로 카페 풍경이나 주변의 일상을 화면에 담지만, 그 풍경을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애매한 구도로 표현합니다. 실제 사물의 재질과는 다른 매끈한 질감은 이질감을 주기도 하는데요.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 같은 풍경이지만, 그 안의 흠집난 창틀이나 구겨진 쿠션이 존재하죠. 작가는 이러한 구성을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일상 속의 모호한 부분을 고민해볼 수 있게 합니다.

일상의 힘을 믿는 세 명의 여성 작가
#정유미 #조장은 #박정원

 

이처럼 많은 작가들이 일상을 작품에서 다루지만, 각각 다른 결을 가지고 표현을 하고 있는데요. 이는 작품을 통해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는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을 가진 작가, 그중에서도 부산에 정착한 여성 작가 3인의 작품 세계에 주목합니다. 일상 속의 미묘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박정원, 정유미 작가는 전혀 다른 개성으로 작품을 표현합니다.
먼저 박정원 작가는 일상에서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화면에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목욕탕에서 치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묘사한 <여자여자여자>(2016)와 사교댄스장에서 춤을 배우는 이들의 표정이 인상적인 <춤> 시리즈(2016-2020)를 선보입니다. 박정원 작가의 눈으로 그려낸 탈의실과 사교 춤은 활동의 극히 일상적인 장면만을 부각시킨 작품입니다. 섹시하거나 조신한 '여성'이 아니라, 일상적인 표정과 행동만이 작품에 드러납니다. 관람객들은 화면 바깥에서 리얼한 일상을 관찰하는 관찰자가 됩니다.

정유미, 연애놀이, 2012, 단채널비디오, 15분 52초, 스틸컷

정유미 작가는 그림책 작가이자 독립출판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2014년, 대표작인 <먼지아이>, <나의 작은 인형상자>로 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볼로냐의 라가차상(Ragazzi Award)을 연속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먼지아이>는 영화감독 박찬욱이 극찬해 칸까지 진출했죠. 이번 센텀시티 전시에서는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연애놀이>가 삽화와 함께 전시됩니다. 미성숙한 상태로 어른이 된 두 연인의 모습은 어색해 보입니다. 작가는 그러한 연애의 단면을 소꿉놀이, 병원놀이, 시체놀이처럼 어린시절의 놀이들로 빗대어 표현합니다. 남녀관계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본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죠. 익숙한 감정을 통해 관람객은 과거의 일상과 현재의 일상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됩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그 자체로 보여주는 조장은 작가의 작품도 센텀시티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림일기 형태로 재치 있고 진솔하게 담아내 공감을 끌어냅니다. 복잡한 해석 없이도 단번에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죠. 익살맞고 솔직한 메시지와 감각적인 색채는 이번 전시에서도 돋보입니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담은 <금주령>(2007), <기억이 안 납니다>(2008)와 코로나 이후의 일상을 담은 신작 <엄마 비행기 타고 싶다>(2020) 등을 함께 출품했는데요. 일상을 기록하며, 그 안에서 지금이라서 느낄 수 있는 발랄하고 씁쓸한 감정들을 탁월하게 포착해냅니다. 작가가 기록한 두 가지 일상을 우리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제가 작가가 기록한 지금의 일상도 추억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지속되는 거리두기로 인해 전시를 직접 관람하기 어려워 아쉬운 마음을 전시 랜선 탐방으로 달래 보았습니다. 연인과 함께 산책하거나, 사람 많은 목욕탕에 가거나,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떠는 일상이 더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 되었는데요. 이번 부산 전시를 통해 미처 몰랐지만 아름다웠던 일상의 기억을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기억을 가지고 2021년의 하루하루는 더 단단한 마음으로, 행복한 일상을 쌓아 나가시길 바랍니다. 신세계갤러리는 보다 철저한 방역으로 거리두기가 종료된 이후 안전하게 여러분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